'맞춤형 개량·첨단 사양' 호주 뚫은 한화 장갑차…"다음은 중동·유럽"

독일 제치고 호주에 3.2조 규모 129대 '레드백' 수출 본계약…방호력 대폭 보강
개발 단계부터 수입국 요구 적극 반영…'군 현대화' 유럽·중동 추가 수출 기대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야외전시장에 레드백 장갑차가 전시돼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수출을 위해 맞춤형으로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Redback)이 3조2000억원 규모의 호주 군 현대화 사업 '랜드 400 페이즈3' 사업 대상 기종으로 최종 선정됐다.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로 호주 육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춤형으로 무기체계를 기획·개발해 수출까지 성공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호주에 수출한 만큼 장갑차 수요가 있는 유럽과 중동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후속 수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자사 호주법인(HDA)과 호주 국방부 간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 레드백 129대 등을 공급하는 3조1649억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호주 정부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랜드 400 페이즈3'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레드백을 선정한 뒤 세부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 공급한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자주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함께 생산된다.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5년 전부터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기반으로 호주 지형과 호주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개발한 무기체계다. 2018년 8월 입찰공고가 나온 후 현지 법인까지 설립하며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이듬해 9월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Lynx)와 함께 최종 후보 기종으로 선정됐다. 이후 2021년 시제품 3기를 납품하고 2022년 4~5월 한국군 시범운용을 거쳐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낙점됐다.

레드백 수출은 서방 선진국이자 미국 주도의 정보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일원인 호주를 대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호주는 2020년 무기 수입액 16억5800만달러 중 미국이 차지하는 규모가 11억3200만달러(68.2%)에 달할 만큼 미국과 밀접한 군사·안보 동맹관계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무기를 운용하는 호주 군이 독일 장갑차가 아닌 한국 업체의 레드백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레드백은 1000마력의 파워팩 엔진을 장착해 야지(들판) 기준 시속 65㎞로 주행할 수 있다. 30㎜ 기관포, 7.62㎜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했다. 방호능력도 대폭 보강해 기존 K-21에는 없는 대전차지뢰 방호능력과 이스라엘 IMI에서 개발한 '아이언 피스트' 능동방호시스템도 갖췄다. 아이언 피스트는 적의 대전차미사일·로켓을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로 포착한 뒤 직접 요격한다.

한화디펜스는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 시범 운용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7일 강원 홍천군 육군 11사단 부대 훈련장에서 공개된 레드백 궤도장갑차. (한화디펜스 제공) 2022.5.29/뉴스1

특히 이번 본계약 이전에 레드백이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된 뒤로 이미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대적인 군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과 빠른 납기에 이끌려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K2 전차(현대로템), 경전투기 FA-50(KAI) 등 한국산 무기를 대량 도입했다.

루마니아도 최근 국방비 예산을 늘리며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2031년까지 IFV 246대를 구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롬암(ROMARM)과 K9 자주포, 레드백 등의 공급과 활용, 보수 유지와 관련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루마니아의 신형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도 한화의 K9 자주포가 숏리스트에 포함됐고 이달 본계약이 유력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도 대전차지뢰 방호능력 등을 갖춰 병력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레드백에 높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이달 4~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에서도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 패키지와 더불어 레드백을 주력제품으로 전시했다. 내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방산전시회에도 레드백을 전시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레드백의 호주 수출로 수요국이 원하는 기술을 통합해 적용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문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