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전' 동박 회사들…말레이시아만 보면 웃는다는데

현지 공장 잇따라 가동…저렴한 전력비용으로 원가 절감·수익성 확보
중국 저가 제품 공급과잉 변수…"하이엔드 기술로 맞대응"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의 전경. 총 2개 공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 번째 공장(아래 건물)은 10월 말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2공장은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SK넥실리스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국내 동박 기업이 증설 투자한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한다. 올해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전력비 부담을 낮추고 실적 반전을 꾀할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중국 저가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하이엔드(최고 품질) 생산에 집중해 품질 경쟁력도 확보한다.

26일 SKC(011790)에 따르면 동박 투자사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1공장이 지난달 첫 출하를 시작했다. 2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1·2공장의 연산은 총 5만7000톤이다.

동박은 이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머리카락 두께 15분의 1 정도의 얇은 구리막이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핵심 공정인 전기분해 특성상 전력비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말레이시아 전력비는 세계적으로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현지 특성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유리하다.

SK넥실리스는 그동안 전북 정읍(연산 5만2000톤)에서만 동박을 생산했다. 최근 전력비가 꾸준히 오르면서 올해 3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성적을 내놨다. 때마침 지난 2021년 7월 착공한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에 돌입하면서 실적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동박 기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세웠다. 이후 꾸준히 증설 작업을 진행했다. 내년 가동에 돌입하는 5·6공장을 더하면 현지 총연산은 6만톤이다. 현재 가동 중인 전북 익산 공장(2만톤)을 더하면 총 연산은 8만톤으로 확대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가 저렴한 전력비와 법인세 혜택을 앞세워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은 생산량 확대와 동시에 신규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SKC는 지난 9월 일본 배터리 업체인 인비전AESC과 10조원 규모의 장기 공급을 약속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지난 5월 한 고객사와 10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중국의 저가 제품 공급과잉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고연신·초고강도 제품군을 다양화해 고객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리티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판매 비중을 오는 2024년 10% 이상에서 오는 2028년 75%로 늘리는 목표로 내걸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 바닥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본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DB투자증권은 SK넥실리스이 올해 영업손실 99억원에서 내년 41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올해 166억원, 내년 818억원으로 내놨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동박 시장의 선점이 확인되면 실적 개선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며 "2024년과 2025년 하이엔드 제품의 수주 성과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