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업계, 가격 하락에 실적 어쩌나…재고 줄이기 '안간힘'

메탈 공급과잉 탓 역래깅 효과 뚜렷…영업이익 대폭 감소
전기차 성장도 주춤해 판매 부진 "재고 탄력적으로 운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메탈 가격이 하락한데다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까지 둔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당분간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체들은 재고 감소에 나섰다. 수익성을 깎아내리는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6일 IR자료에 따르면 LG화학(051910) 첨단소재 부문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7140억원, 1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2%, 69.7% 감소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성장한 매출과 달리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4% 줄어든 459억원에 그쳤다.

포스코퓨처엠(003670) 에너지소재 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218억원으로 1년 전(778억원)보다 71.9% 줄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급락한 메탈 가격에 따른 역래깅 효과 때문이다. 양극재 업계는 배터리 셀업체와 메탈 시세를 반영해 판가를 책정한다. 지난해엔 싼 가격으로 구입한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리튬 ㎏당 가격은 232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8위안)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공급 과잉에 전방산업 성장 둔화가 시세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며 "양극재 판가도 20% 넘게 하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리튬 ㎏당 가격은 지난 9월 173위안에서 10월 158위안까지 내려왔다. 판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DB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양극재 수출 가격은 ㎏당 39.1달러로 전월 대비 6.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도 1만8000톤으로 24.7% 줄었다.

실적 우려에 업계는 재고를 줄이며 역래깅 효과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굳이 비싼 가격에 재고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의 올해 재고자산은 △1분기 11조9700억원 △2분기 11조1450억원 △3분기 10억608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LG화학은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메탈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고를 축소하고 있다"며 "향후 메탈 가격을 모니터링하면서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시세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 공급망 확대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하고 염수 리튬 상·하공정을 건설 중이다. 이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호주 리튬 업체 아이오니어(Ioneer)와 수산화리튬의 생산 기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탈 가격 하락은 전기차 판매량 부진과 공급과잉이 맞물려 나타난 것"이라며 "메탈의 밸류체인이 본격화하고 전기차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