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수의대 안 돼"…거리로 나온 수의사들, 국회서 문전박대
수의사 결의대회 개최…수의대 신설 토론회 열려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수의사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왔다.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설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같은 시각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부산대 수의대 신설 필요성을 알리는 토론회가 열렸다.
수의사회 대표들은 이 토론회에 결의문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회의장 출입을 제지당하면서 부산대 수의대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수의사회와 부산대, 정부와 국회가 한 자리에서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국내 수의사 공급 과잉…동물병원 폐업 늘어"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설 저지 및 동물진료권 확보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가 열렸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수의사들이 전국에서 모여 '부산대 수의대 설립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수의사 공급 과잉국가로 자가진료마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 동물병원의 폐업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는 계속 증가하는 등 수의계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동물 수의사, 공무원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수의사 부족은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기인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수의대 신설이라는 잘못된 길에 현혹되지 말고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이들의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의사들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이미 경상국립대학교 수의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수의대 신설보다 기존 수의대 교육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 수의 서비스 개선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약대 증원해서 지방의료가 개선됐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뒤 "명분 없는 수의대 신설로 국민혈세 낭비하지 말고 수의사 처우 개선 및 자가진료 철폐부터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 부산대 수의대 토론회, 명단 확인 후 출입시켜
국회 앞에서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시각.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서병수·안병길 의원 주최로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학 설립과 수의사 양성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결의문 낭독 후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은 곧장 국회의원회관으로 달려갔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수의사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해당 토론회는 사전 신청 명단에 없는 사람의 회의실 출입을 금지했다. 안병길 의원실 관계자 등은 "초청을 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며 절차와 규정을 들어 수의사회장들의 회의실 출입을 막았다.
수의사회장들은 "명단에 없다고 출입 안 시켜주는 국회토론회는 처음 본다"며 "부산대 수의대 신설 반대 의견도 들어준다고 하더니 왜 안 들어주느냐. 결의문만 전달하고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문전박대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다 돌아갔다.
◇ 부산대 "국내 수의대 33년간 정체, 개선해야"
이날 토론회는 부산대를 비롯해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부산대는 부산캠퍼스에서 수의예과 2년, 양산캠퍼스에서 본과 4년을 공부하게 할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국내 수의대는 1989년 이후 33년간 신설이나 증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수의전문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생명융합연구와 방역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수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에 수의대가 설립되면 의생명융합연구와 교육의 메카로 거듭나 지역거점대학으로의 역동적인 융합연구를 펼쳐나갈 수 있다"며 "그 효과는 부산지역을 넘어서서 국내 동남권의 의생명산업,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총장은 "원헬스(One Health) 측면에서도 수의대 신설은 필요하다. 수의대생들에게 특정 분야 진출을 강제할 수 없어도 교육을 통해 그 분야 인재를 기를 수 있다"며 "방역수의사 처우 개선 등 정책도 부산대를 포함한 국가거점국립대 10개 대학이 함께 제안하면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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