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틸렌 내년 또 900만톤 증설…석화업계 길어지는 시름

경기침체 장기화 속 올해 1200만톤 이어 대형 악재
중국 내재화 위해 공격적 투자…한국과 경쟁 불가피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내년에도 글로벌 에틸렌 대형 증설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시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200만톤에 이어 내년에도 900만톤 규모의 증설이 예고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진 형국이다.

30일 화학·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에틸렌 증설 물량은 900만톤으로 추정된다. 올해 1200만톤에 이은 추가 증설이다. 에틸렌 900만톤은 국내 대표 기업 롯데케미칼(430만톤)과 LG화학(340만톤)의 연간 생산능력을 더한 수치를 웃도는 물량이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NCC(나프타 분해 시설) 과정을 통해 얻는다. 기초 유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는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중국 업체의 에틸렌 글로벌 증설 물량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 NCC 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2017년을 전후로 투자한 신규 NCC가 순차적으로 완공되면서 공급 물량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규 에틸렌 물량은 증가했다. 이달 현대오일뱅크(60%)와 롯데케미칼(40%)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이 연산 85만톤의 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하반기에 국내 NCC 업체가 정기보수를 시작하고 공급량 조절에 돌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에틸렌 증설로 공급 경쟁 부담이 커졌다"며 "글로벌 긴축기조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까지 더해졌다"고 진단했다.

에틸렌 증설 물량은 석유화학사의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에틸렌의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는 지난 1분기 톤당 226달러에서 2분기 288달러로 반등한 뒤 3분기에 184달러로 다시 하락했다. 통상적인 에틸렌의 손익분기점 300∼350달러를 밑돌고 있다.

기업들은 당분간 화학 업종의 시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판단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올해 월별 BSI(Business Survey Index) 전망치는 1월(90)을 시작으로 11월(82.8)까지 모두 기준점 100 이하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다.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은 중국 춘절을 앞둔 12월부터 소폭 반등할 것"이라며 "기존 재고에 증설까지 겹친 만큼 극적인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업계는 시황 부진뿐 아니라 최대 수출국 중국의 증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내재화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 수출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중국이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범용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의 경쟁력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 등을 추가로 확보하고 현지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