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그린산업' 빅뱅' 韓기업 고속성장 발판…"현지 생산 숙제"

美, 484조원 투자…친환경·전기차·배터리 등에 지원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 수혜…'현지진출 필수' 숙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이 친환경 에너지 등 '그린산업'에 약 500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쏟아내기로 하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경쟁력이 높은 국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현지 진출을 서둘러야 하는 등 숙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약 484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했다. 하원의 표결이 남았지만 절반 이상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이달 내에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것이 유력하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태양광·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해 세액공제·보조금 등이 지원되면서 '그린산업'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시행한 '그린뉴딜' 정책의 예산 규모는 900억달러였는데, 규모가 4배 이상 큰 이번 법안의 영향력은 월등할 전망이다.

영덕 호지마을 육상풍력 조감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 뉴스1

재계는 이번 법안으로 미국 내 그린산업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태양광·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편이고 대부분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의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한 점, 오바마 정부 때보다 현재 그린산업 전반의 제조원가가 크게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법안의 실질적인 정책지원 효과가 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2032년까지 지원되기에 차기 정부·의회의 구성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모든 그린산업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감에 국내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했다. 태양광 모듈 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 주가는 미 상원에서 IRA가 통과된 직후인 지난 8일 전날보다 10.36% 치솟았으며, 한화솔루션 주가도 IRA가 통과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10일 장중 4만6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수소 기업인 두산퓨얼셀 주가도 10일 3만5150원으로 마감해 법안 통과 이후 5.4% 올랐다.

경기도 하남의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2022.8.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다만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번 법안의 지원 대상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현지 생산기지의 구축이 필수라는 부담이 있다. 현재 미국에선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친환경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배터리 산업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세웠기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 비중을 확대해야 하기에 현재의 높은 중국 광물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가 있다.

재계는 국내 그린산업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앞당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연구원은 "최대 시장인 미국이 10년 동안 그린산업 전체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에 이어 에너지 자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방어까지 그린산업이 책임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