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널데이 영어로 진행하는 까닭은?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중장기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News1 삼성전자 제공.
</figure>"카디널스 윈? 보스턴 윈스 월드시리즈! 와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설명하며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권 부회장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타격은 리그 최고지만 투수력은 중간 밖에 안됐다. 투타를 모두 잘 하는 팀은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르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권 부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선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했음에도 불구, 권 부회장은 굳이 보스턴 레드삭스를 예로 들었다. 왜일까.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엔 삼성전자 주요부문 총괄 사장들이 총출동했다. 하나같이 유창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상황에 맞게 농담도 섞어가고 질의응답도 모두 영어로 응대했다.
투자자 및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달되는 웹캐스트 중계도 영어가 기본이다. 국문 번역은 웹캐스트에서 별도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에, 절반 이상의 참석자가 한국인인 상황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됐다.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데이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삼성전자 주가에 외국인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JP모간이 내놓은 매도 보고서에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15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가는 보고서 하나로 120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애널리스트데이에 참석한 펀드매니저 및 애널리스트는 약 400명 수준이다. 이중 4분의 3은 펀드매니저고 나머지는 애널리스트들이다. 참석자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로 채워졌다.
단순 참가자 수만 따지면 한국인이 절반, 외국인이 절반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과 비중을 감안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우호지분을 더하면 약 17%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지분 7%를 빼면 순수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25%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데이에 참석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의 영향력은 최소한 국내 기관 투자자의 두배에 달한다. 단순 보유하는 인덱스펀드를 감안하면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매매 비중은 더 적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중요한 이유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수년만에 이같은 행사를 갖는데 준비도 많이 했고 인상깊은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는 삼성전자가 더이상 한국만의 기업이 아니란 점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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