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잘나간 K-식음료, 국내에선 가격 논쟁에 발목[결산2023-식음료]

라면·김·치킨·김치 등 해외 영토 확장
국내선 가격 인하 행렬·꼼수 인상 논란

편집자주 ...올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가격'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항이 이어지며 극가성비를 추구하는 쇼핑 트렌드가 이어졌고 유통 및 식음료 업체는 치열한 경쟁과 눈치보기를 계속했다. 엔데믹 후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업계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패션과 푸드, 라면, 주류, 프랜차이즈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해이기도 하다. 은 △유통채널 △식음료 △패션뷰티 3개 부분으로 나눠 2023년 업계를 정리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노인이 라면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고 있다. 2023.6.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2023년은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성과가 빛난 한해였다. 김과 라면 수출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치킨과 김치, 주류까지 'K-컬처'의 붐에 힘입어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졌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고물가 시대 장기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됐고,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 13년 만의 라면값 인하를 시작으로 과자와 빵 등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특히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계속되자 이른바 '꼼수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업들은 가격 관련 문제로 여전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K-라면·김, 수출액 역대 최고치 기록

올해 김과 라면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김 수출액은 11월10일 기준 7억89만달러로 2021년 6억9000만달러를 일찌감치 돌파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태국 등으로 수출된다.

주요 기업들이 현지 취향에 맞는 김스낵을 개발한 것도 한몫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김스낵과 조미김 등 제품을 6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동원F&B(049770)도 32개국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라면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10월 기준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7억6541만달러)을 뛰어넘었다.

라면 수출의 선봉장엔 삼양식품(003230)이 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해외매출은 2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3% 증가했다. 분기 사상 처음으로 수출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1~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6057억원)에 근접한 5876억원을 거두기도 했다.

농심(004370) 역시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대형 마트를 대상으로 유통망 관리에 집중하면서 성과를 냈다. 농심 미국법인은 코스트코에서 47%, 샘스클럽에서 95%의 높은 매출 증가를 이뤘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중 50% 이상을 해외에서 벌었다.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 위치한 BBQ 에스카주몰(Escazu village)점.(BBQ 제공)

◇"우리도 있다"…K-치킨·김치도 인기 폭발

한국 치킨 업체들의 해외 진출 속도도 빨라졌다. K-치킨의 글로벌화 리더는 제너시스 BBQ다. BBQ는 미국과 독일, 대만, 일본 등 57개국에서 7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등 중남미 지역에도 매장을 열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bhc치킨 역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4개국에서 7개 매장을 운영하는 bhc는 추후 대만과 태국, 캐나다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치의 인기도 치솟았다. 관세청의 10월 현재 기준 김치 수출국은 93개로 역대 최대치로 수출국이 90개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001680)은 9월 영국 런던에 '종가' 팝업스토어를 3주간 열고 본격적인 유럽 공략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현지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기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풀무원(017810)도 올해 3분기까지 미국 내 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19% 성장했고, CJ제일제당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북미시장의 '비비고' 김치 수출량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국내에선 '고물가 주범' 낙인…가격 인하 행렬 진풍경

국내에선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인하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2년간 여러 차례 제품 가격을 올려온 식품업체들은 올해 줄줄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7월 라면 제조사들이 13년 만에 라면값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과자와 빵 가격도 내려갔다.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발표했던 기업들이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화 요청에 기업들이 화답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이 심각해 밀착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업계를 압박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계속된 압박에 'ㅇㅇ플레이션' 신조어 등장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이 계속되자 이른바 '꼼수 가격인상' 사태도 발생했다.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등 각종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비큐바', 동원F&B의 '양반김', 해태제과식품(101530)의 '고향만두', 풀무원의 '핫도그'가 대표적이다.

스킴플레이션은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005300)의 '델몬트 오렌지 주스'가 과즙 함량을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은 80%에서 45%로 낮아졌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견과류, 맥주, 우유, 핫도그 등 9개 품목의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들의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주요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에 직접 표기하거나 제조사 홈페이지·판매처 등을 통해 고지하도록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실태조사와 신고센터를 운영해 업체의 정보 제공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akiro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