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차기 구축함 입찰 참여한다…'페널티' 남지만 최악은 피해

방사청, 행정지도 처분…한화오션 "기밀탈취는 중대비위" 반발

HD현대중공업이 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한 차세대 함정들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박응진 기자 = '군사기밀 유출'로 물의를 빚었던 HD현대중공업(329180)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입찰 배제 위기를 면했다. 약 8조 원이 걸린 함정 사업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보다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이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이나 금전적 손해 등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며, 5년간의 제척기간이 경과했고, HD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의 군사기밀 유출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아 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봤다.

HD현대중공업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미니 이지스'(Aegis)로 불리는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으면 최대 5년간 입찰권이 박탈돼 특수선 사업부가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방사청의 처분 결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해외수출 증대를 통해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 부스에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등 함정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2023.6.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배제가 확정됐을 경우 특수선 사업부 자체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고, 1700여명 근로자의 일자리는 물론 지역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K-방산의 경쟁력 약화 우려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전력인 '이지스 구축함'의 설계부터 건조까지 수행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이미 보안감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 자격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이중제재'라는 지적도 있다.

울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명호(동구)·이채익(남구갑)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 입찰에서 배제되면 국방 예산의 낭비 및 해군력 약화, 울산 지역경제 일자리 축소가 우려된다며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 기회 보장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더라도 마음을 놓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감점(-1.8점)이 그대로 유지되는 탓이다.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엇갈리는 함정 입찰에서 -1.8점은 발목을 잡는 치명적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방사청이 진행한 FFX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 사업 계약에서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에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개청한 이래 기본설계를 수주한 업체가 초도함 설계를 맡는 관행은 기술적 오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어져 왔다"면서도 "HD현대중공업이 기술 가점을 받겠지만, 소수점 차이로 수주를 따내는 업계 특성상 -1.8점은 치명적 페널티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날 결정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이라며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