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업 '대못' 빠진다…'옥수수 항공유·폐플라스틱 기름' 장사 준비
석유사업법 개정안 법사위·본회의 처리만 남아…"SAF·열분해유 허용"
선제투자 나섰던 정유·화학업계, 사업화 구체화 나설 듯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저탄소 신사업에 속도가 붙는다. 정치권이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 등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규제를 개선하면서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바이오연료로 하늘 날고, 폐플라스틱으로 석유화학 제품 만든다
SAF는 석유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이나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연료로 제조한 항공유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정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또한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핵심 신사업 중 하나다. 폐플라스틱을 가열해 추출한 기름을 다시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당 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현행 석유사업법은 석유정제공정에 SAF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정안은 석유대체연료에 바이오 연료, 재생합성 연료를 포함하고, 이 같은 연료를 석유정제 공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SAF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석유대체연료 원료 확보나 보급을 지원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석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절차대로 법안이 처리되면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후 정부가 시행령 개정까지 마치면 국내 업계의 신사업을 발목잡던 규제는 사라지게 된다.
◇'선제투자' 기업들 "이제 시작"…사업화 속도 올린다
국내 정유업계는 SAF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료 확보에 나선 상태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SAF 생산·유통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50년 4040억달러(약 525조원, TMR 전망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40년 SAF 수요를 6000만톤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트레이딩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공동 투자를 통해 폐자원 원료 업체인 대경오앤티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 원료 기반 SAF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미국 이퓨얼(e-fuel) 기업인 '인피니움', 중국 폐식용유 공급 업체인 '진샹'에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울산콤플렉스(CLX) 내에 설비를 구축, 확보한 원료로 SAF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석유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원유운영·해상출하 조직을 떼어내 'SK탱크터미널'(가칭)을 설립하고 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출하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과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원료 정제 시설을 짓는다. 해당 시설에서 생산된 원료를 SAF 생산 설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자회사인 GS바이오 여수 공장에 차세대 바이오 원료인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설비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해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은 SAF를 혼합한 항공유로 실증 운항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정부의 바이오연료 실증연구에 참여, 울산 공장 원유 정제시설을 활용한 SAF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설비 일부를 HVO 생산 설비로 전환하고 2025년 상반기까지 SAF 생산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도 상업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울산에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열분해유를 후처리 공정을 거쳐 연간 10만톤 규모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가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신사업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일부 해결됐다"며 "시행령 등이 확정되면 SAF나 열분해유 등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