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함 명가' 자존심 담았다…차세대 이지스함 '용틀임'[르포]

170m·8200톤 해군 최대 구축함 '정조대왕함'…내년 11월 인도 앞두고 500여개 항목 시험평가 진행
HD현대중공업, 군함 경쟁력 앞세워 해외수출 확대 추진…"동남아·중동·남미 겨냥"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 야드의 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중공업 제공).

(울산=뉴스1) 배지윤 기자 =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 야드에서 마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은 시험평가에 한창이었다.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수주한 정조대왕함은 적의 탄도미사일 등 다수의 공격을 탐지하고 방어할 수 있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구축함이다. 지낸해 7월 진수식 이후에는 실제 운항까지 진행하면서 성능을 평가받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해군의 7600톤급 1세대(배치Ⅰ)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급 3척 중 1번함과 3번함을 건조해 군에 인도했고, 이어 정조대왕함을 포함한 차세대(배치Ⅱ)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모두 건조한다. 구축함을 중심으로 '수상함 명가'다운 수주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北 탄도미사일 위협 방어 능력 향상…최대 구축함 '정조대왕함'

지하 4층·지상 5층의 총 9층 높이로 웅장한 모습의 정조대왕함은 선수 부분의 날렵한 선체 디자인과 달리 선박 겉면은 돌출없는 부드러운 표면으로 반전 매력을 갖췄다. 적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한 레이저반사면적(RCS) 최소화 차원에서 채택하는 이지스 구축함의 디자인이다. 길이와 폭은 각각 170m, 21m로 축구장 1.6배~1.7배에 달한다. 1세대 세종대왕함(166m)보다 길고 무게도 8200톤으로 600톤 무거워, 해군의 구축함 중 가장 크고 무겁다.

갑판에 오르니 두개의 헬기 레일과 격납고가 눈에 들어왔다.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2대를 운용해 적 함정은 물론 잠수함까지 공격 가능하게 된다. 격납고 뒤로는 함대지유도탄·해상유도무기·한국형 수직발사체계 등 다양한 무기체계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방패를 뜻하는 '이지스' 구축함의 위용을 그대로 드러냈다.

업그레이드된 이지스 전투체계를 통해 1800㎞ 넘는 거리에서 날아오는 18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탐지·식별하는 것은 물론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요격미사일 2종류(SM-3 및 SM-6)를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을 갖췄고, 정조대왕함은 여기에 요격 능력까지 더한 것이다. 현재 SM-6 요격미사일 탑재가 확정됐다.

여기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가 적용돼 어뢰 등 수중 위협 대응 능력도 향상됐을 뿐 아니라 북한 후방의 핵심 시설에 대한 반격까지 가능한 함대지 탄도미사일도 장착된다. '바다 위의 요새'로 불릴 만한 무장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 야드에서 정조대왕함을 건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헬기 격납고를 지나쳐 통로 안을 따라 들어가니 최대 20m 두께의 철판으로 중무장한 벽의 설계가 돋보였다. 적의 공격시 충격으로 배가 뒤틀리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군함에 500개가량의 격실이 설치된 것도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은 시험평가 기간만도 2년에 달한다. 시험평가 항목은 500여개에 달한다. 시험평가 말미에는 포 사격 실험도 진행된다. 사격시 선체가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끝나면 내년 11월 해군에 인도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선은 건조 기간이 1년이라면 군함 건조 기간은 3년이 걸린다. 시운전 기간만 2년 내외로 길게는 30개월까지도 걸린다"며 "계약 이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4~7년으로 군함 전투체계가 복잡하고 엄격한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함 건조 과정에서 독특한 부분은 기밀 유출 등 안보상의 이유로 일반 상선과 달리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을 한국 국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특수선 제작 야드에 투입된 정규직 및 직영 하청 인력은 800여명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 야드에 있는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제공).

◇"특수선 매출 2배로"…군함 수출 눈돌리는 HD현대重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급 호위함 선도함을 연구개발하 면서 방위산업을 처음 시작한 뒤 현재 100여척의 국내외 함정을 건조한 전통의 수상함 명가다. 14척의 함정 수출 실적을 올렸다.

50년 간 쌓은 군함 경쟁력을 바탕으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남미까지 해외로 눈을 넓히고 있다. 3000톤급 내외의 호위함 및 초계함 수출 분야에서도 필리핀 수출 함정 모델과 국내 개발한 울산급 호위함 등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래형·수출형 함정개발을 통한 방산 수출을 지속 확대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전략으로 지금보다 매출 규모를 2배 정도로 늘려 특수선 사업만으로도 독자 운영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이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특수선사업 확대를 위해 보안시스템 강화도 추진 중이다. 과거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의 군사기밀 누설로 유죄 판결을 받아 국내 수주전에서 1.8점 감점 페널티가 적용하고 있다. 오는 2025년 11월까지 적용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사기밀법 위반은 상당히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 직원 교육과 보안시스템 구축을 통해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널티로 국내 함정 수주전에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어 100% 풀캐파(생산능력) 가동을 위해 이 기회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 수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필리핀 호위함을 수주한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남미 지역까지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60조원 규모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을 따내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팀 코리아' 형태로 공동 수주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주 물량을 확보한 뒤 양사가 물량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잠수함 건조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 언급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기본 전략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