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오른 항공권값, 국제유가는 거들 뿐…'진짜 이유' 있다

8월 국제항공료 물가지수 125.89…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
운항 151% 늘 때 여행객 437% 폭증하자 운임 상승…유류할증료 상승도 한몫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추석 연휴 기간인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총 7일간 121만3000명, 하루 평균 17만3000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9.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강세로 유류할증료가 비싸진 탓도 있지만 여행 수요 증가로 인해 기본운임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는 125.89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강세와 운항 감소가 겹친 지난해 동월(141.2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108.14)보다 높다.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는 지난 5월 116.67을 기록한 뒤 3개월째 상승 중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다 여행 수요도 늘고 있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유 가격 급등…장거리 비행 유류할증료 최대 45만원 내야

코로나19 엔데믹에도 올해 항공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유류할증료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등유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9월 기준 국제 등유 가격은 배럴당 123.09달러로 지난해 11월(121.17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12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을 결정짓는 싱가포르 항공유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33단계로 나눠 부과되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적용 단계가 높아지고 있다.

9월16일~10월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이 갤런당 286.43센트로 집계되면서 10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4단계가 적용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6500~9999마일 구간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편도 기준 22만6800원으로 11단계가 적용됐던 9월(16만3800원)보다 6만3000원 올랐다. 인천~뉴욕행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면 유류할증료로 45만3600원을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도 5000마일 이상 구간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4만2500원 오른 17만7100원으로 책정됐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국제유가는 작년이 더 높았는데…여행수요 늘면서 기본운임 비싸져

사실 국제유가는 지난해가 더 높았다. 지난해 5~7월 국제유가(두바이유·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7월과 8월 22단계의 유류할증이 적용됐다. 당시 대한항공의 6500~9999마일 구간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32만5000원에 달했다.

올해 10월과 비교해봐도 지난해 10월(17단계 적용) 대한항공 최장노선 유류할증료가 27만200원으로 더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실제 항공권 가격은 올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유류할증 14단계가 적용된 지난해 11월 대한항공 홈페이지 기준 인천~로스앤젤레스 왕복 항공권 가격은 200만~310만원을 형성했다.

이달 27일 기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10월13일 출발 인천~로스앤젤레스 왕복 항공권(일반석 스탠더드) 가격은 240만원 수준부터 시작했다. 이달 적용된 유류할증 단계가 11단계로 지난해 11월(14단계)보다 낮지만 항공권 가격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올해 항공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여행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통 항공사는 기본운임 상한을 정해놓고 다양한 할인 정책을 적용해 항공권을 판매하는데, 예약률이 높을수록 항공권 가격이 비싸진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서 바라본 대한항공 여객기. 2023.7.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제선 운항은 25만5056회로 전년 동기(10만1603회) 대비 151.0% 증가했다.

반면 1~8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7.1% 증가한 4254만6469명으로 집계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면서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2019년 1~8월 국제선 운항 횟수는 35만7468회로 올해보다 많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이용해 북미나 유럽으로 가는 동남아시아 및 중국 여행객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더 몰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여행 수요에 맞춰 항공기 대수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80~9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취항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중국 여행객들이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류할증료보다는 여행 수요 급증에 따른 기본운임비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