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SSD 주춤, 생산 줄이는 마이크론…삼성·SK는 "감산 없다"
범용은 中 물량 쏟아져…마이크론 10%대 감산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성장하던 낸드플래시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성장을 이끌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레거시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황이 악화하자 업계는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10% 중반 줄이는 감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감산 이유로 중국 물량에 따른 범용 제품 공급과잉과 eSSD 수요 둔화를 꼽았다.
eSSD는 주요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발맞춰 수요가 급증한 제품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낸드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고객사의 eSSD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4분기 eSSD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시장 매출과 조달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향 SSD 주문이 몇 분기 동안 빠르게 성장한 뒤 최근 조정되면서 내년 전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eSSD 수요 둔화는 단기적일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데이터센터 하드디스크(HDD)가 고용량 SSD로 대체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세는 유지될 거란 전망이다. 마이크론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이크론의 감산 공식화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어서다.
더욱이 낸드 업체들 경쟁도 심화하고 있어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최근 도쿄증시에 기업공개(IPO)를 마친 일본 키옥시아는 eSSD 등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며 경쟁 참여를 예고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업계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아직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eSSD 중심의 낸드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다운턴이 시작된 지난 2022년 말부터 낸드 감산을 진행했다가 올해 업황이 회복되면서 가동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라인 운영을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70%를 상회하는 만큼 마이크론의 감산에 영향을 받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옥시아와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확대하면서 낸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공상시보는 "낸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에 직면할 경우 감산이나 가격 전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이크론은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43.4%),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7.9%)에 이어 낸드 점유율 3위(15.6%)다.
hanantw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