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만드느라 D램 귀해진다더니…다시 가격약세 전망 나와

트렌드포스 "수요 둔화로 내년 D램 가격 약세…DDR5도 가격 하락 가능성"
엔비디아향 HBM 의존도 커질 듯…삼성전자 4분기 재고일수 17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내년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다시 찬바람이 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강세가 지속되지만 더블데이터레이트(DDR)의 경우 범용 제품은 물론 최선단 제품인 DDR5 및 LPDDR5X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수요 둔화로 인해 내년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이 HBM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함에 따라 D램 공급이 빡빡해지고, 그에 따라 내년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D램 수요가 약하고, 중국 메모리 기업의 생산 확대로 공급량은 많아지면서 내년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트렌드포스는 "DDR4 및 LPDDR4X와 같은 범용 D램 가격은 충분한 공급량과 수요 감소로 인해 이미 하락 추세"라며 "DDR5 및 LPDDR5X 같은 고급 제품도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재고 수준이 높아 4분기 말부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업계의 HBM 생산능력 확대가 D램 공급량 감소에 제한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엔비디아에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으로 HBM을 공급하고 있어 나머지 업체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HBM 생산을 위한 실리콘관통전극(TSV) 라인을 D램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기업의 생산량 증가와 가전제품 수요 약세가 겹쳐 내년 D램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선단 D램인 DDR5와 LPDDR5X 중심으로 라인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 또한 가격이 떨어질 경우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경우 내년 메모리 업계의 HBM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서버향 HBM은 여전히 빅테크 중심으로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반기 메모리 업계의 재고일수를 보면 5세대 HBM(HBM3E) 엔비디아 공급 여부에 따라 D램 재고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트렌드포스와 LS증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재고일수는 각각 17일, 12일 ,13일로 집계됐다. 세 기업 모두 전분기(15일, 11일, 11일) 대비 재고일수가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높은 재고일수를 기록했다. 엔비디아향 HBM3E 납품이 지연된 영향이다.

반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비교적 짧은 재고일수를 보이고 있다.

LS증권은 "10월 D램 계약가격은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거래량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공급업체 사이에서도 AI 서버향 HBM 노출도에 따라 재고의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