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독주' SK하이닉스, 삼성 반도체 넘다…내년 전망 더 밝아

3Q 영업익 7조, 삼성 DS부문 추월한 듯…HBM3E 시장 확대로 내년도 훈풍
프리미엄 D램 DDR5·LPDDR5도 효자템…AI PC·모바일 내년 회복 기대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2024.7.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경쟁력을 앞세워 호실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내년에도 서버향 AI 반도체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PC·모바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 5731억 원, 영업이익 7조 300억 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은 올해 3분기 4조~5조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인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를 제외한 메모리 사업부만 놓고 봐도 영업이익은 5조 원대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수익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HBM 경쟁자 없다"…5세대 납품 본격화

SK하이닉스의 질주는 4분기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HBM을 경쟁사보다 빨리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부터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계획대로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HBM3E 12단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제품군인 '블랙웰'의 최상위 모델인 B300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건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는 제품 인증을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 물량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책임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12단 제품이 내년 상반기 중 8단 물량을 넘어서고, 내년 하반기에는 HBM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범용 메모리의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HBM 판매가 확대되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적으로 상승,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로 전망된다. 이같은 격차가 내년에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년 전 세계 HBM 시장 규모는 467억 달러(약 64조 4000억 원)로 올해보다 1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엔비디아가 73%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에 대한 엔비디아 성능 검증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AI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애초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검증이 지연되면서 연내 공급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HBM 판매를 확대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SK하이닉스의 16Gb DDR5 D램.(SK하이닉스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내년엔 AI PC·모바일도 회복…반도체 업황 추가 회복 기대

내년에는 AI PC·모바일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SK하이닉스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DDR(더블데이터레이트)5와 LP(저전력)DDR5 등 프리미엄 D램 제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출시된 AI PC나 스마트폰이 메모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한층 강화한 AI 기능으로 메모리 수요 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PC 판매 확대와 AI 스마트폰 성장으로 고성능 저전력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뛰어난 D램 기술력을 바탕으로 DDR5 및 LPDDR5 제품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제품들은 HBM과 함께 호실적을 견인한 D램 효자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DDR5와 LPDDR5 제품은 후발업체들의 기술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제품 수요는 이들 제품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가격 하락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거시 제품을 줄이는 대신 DDR5, LPDDR5 양산을 확대하기 위한 선단공정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