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몰락, 관료적 조직문화 탓"…삼성 반도체 고민도 그 지점
인텔 립부 탄 이사 사임…위험회피·관료주의적 조직문화 지적
전영현 부회장, 새로운 조직문화 주문…파운드리 선두 TSMC 추격 숙제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를 목표로 호기롭게 시장에 재도전한 인텔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한 립부 탄 이사가 사임하면서 사업 전략에 공백이 생겼는데 원인으로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가 지목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탄 이사가 사임했으며 이는 위험회피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인텔의 문화 때문이었다고 28일 보도했다.
탄 이사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DEA) 3대 업체 중 하나인 케이던스 회장 출신의 업계 베테랑이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인텔에 합류해 제조·운영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탄 이사가 인텔을 떠난 데에는 인력 운용과 관련한 이견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2분기 실적 쇼크 이후 직원의 15%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탄 이사는 회사의 기술개발 노력에 기여하지 않는 중간 관리자 등을 감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사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의 임직원 수는 12만 5300명으로 이처럼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탄 이사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없애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좌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인텔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분기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2027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외신들은 인텔이 파운드리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탄 이사의 사임을 계기로 이러한 인텔의 위기에 경직된 조직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과거 세계 최고의 종합반도체 기업이었지만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에 젖어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했다. AI 가속기에서는 엔비디아에 왕좌를 내준 지 오래다.
인텔 전 임원들은 로이터에 "안주하고, 경쟁력이 없는 문화가 인텔에 생겨났다"며 "앤디 그로브의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고방식과 (현재 상황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인텔의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인 앤디 그로브는 안일함이 실패를 낳는다는 취지의 이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탄 이사가 지적한 조직 문화는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사령탑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기술력이 뒤처진 이유를 조직 문화에서 찾았다.
그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DS부문의 호실적에 대해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를 모면하기 위한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져 DS부문의 경쟁력을 약화했다는 게 전 부회장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또한 파운드리 부문에서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파운드리 선두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 인텔의 추격을 뿌리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62%를 기록, 2위인 삼성전자(13%)를 49%포인트(p) 격차로 따돌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칩 수주에 성공하며 하반기 추격전을 예고했다. IBM은 최근 서버용 AI 칩을 공개하고 해당 칩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통해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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