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넓혀 생태계 구축…삼성 '2030년 1위' 목표[파운드리 삼국지③-끝]

이재용, ASML만 3번 방문…'반도체의 전설' 짐 켈러도 협력
3나노 이어 2나노 개발 속도…"기술력으로 TSMC 추격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을 찾았다. 지난 2022년 6월 이후 1년 반 만에 재방문이었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연이어 ASML을 찾은 것은 이 업체가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서는 '반도체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도 손잡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동맹 강화에 나섰다. 파운드리 기술력을 높이고, 생태계를 조성해 고객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올해 ASML과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차세대 메모리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EUV 공동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중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1대당 가격이 약 2000억원이 넘지만, 연간 50대만 생산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노광장비를 필수로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ASML의 공동연구소는 메모리에 초점이 맞췄다. 다만 기술 개발과 차세대 노광장비 조기 도입 등 파운드리 미세공정 혁신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서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CEO와도 협업하기로 했다.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는 AMD가 인텔을 맹추격하는 데 기여했으며, 애플로 이직해 A4와 A5를 만들며 '애플 실리콘'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테슬라에서는 엔비디아 칩보다 10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반도체를 선보이기도 했다.

텐스토렌트는 4나노 AI 반도체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협력을 강화한다. 짐 켈러는 "삼성 파운드리는 매우 훌륭하다"며 "20년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최첨단 2·3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기반 반도체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공정설계키트(PDK)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에 확대 제공하고,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협력을 늘린다.

또 SAFE 파트너와 메모리, 패키지 기판, 테스트 전문 기업 등 20개 파트너와 함께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Multi Die Integration)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전장과 고성능 컴퓨팅(HPC) 등 응용처별 차별화된 2.5D, 3D 패키지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고성능 컴퓨팅(HPC), 자동차, AI 영역에서 제품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설계자산(IP)을 선제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 50개 글로벌 IP 파트너와 4500개 이상의 IP를 확보하고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ASML은 물론 짐 켈러 CEO, 팹리스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맞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이 57.9%로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는 12.4%로 2위지만 격차가 크다.

업계에서는 선단 공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앞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2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앞서 나간다면 주요 고객사를 끌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대 강연에서 "우리가 GAA 창조자이므로 경쟁사(TSMC)를 앞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파운드리 협력과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은 결국 기술로 TSMC를 역전해 고객사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선단 공정에서 앞서면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회장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MOU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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