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자멸하는 IRA…"'메이드 인 아메리카' 포기하고 中 배터리"

전미자동차노조, 현대차 등 美 공장 근로자 대상 노조 가입 운동…임금인상 압박
완성차·배터리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7500달러 보조금 안받는 게 경제적일 수도

(FILES) (FILES) Members of the United Auto Workers (UAW) pickett outside of the Michigan Parts Assembly Plant in Wayne, Michigan, on September 26, 2023. An auto workers strike in the United States expanded October 11, 2023 with 8,700 more employees walking off their jobs, said the United Automobile Workers (UAW) union, as a deal with major automakers remained elusive. (Photo by Matthew Hatcher / AFP)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자본의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 내 제품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달부터 테슬라·도요타·현대자동차(005380)·BNW·메르세데스벤츠 등 13개 완성차 기업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UAW는 앞서 지난 9월부터 미국 완성차 빅3인 제네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를 대상으로 파업에 돌입, 4년간 기본급 25% 인상과 생계비 조정, 복리후생 확대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비노조 완성차 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 운동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UAW는 11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앨라배마주 공장과 혼다 인디애나주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주 공장에서 경영진의 노조 결성 방해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노조 결성 운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UAW의 강경 대응에 혼다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은 방해 행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들은 법적 권리에 따라 노조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UAW가 세를 확장하면 미국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UAW와 임금인상안에 합의한 GM은 2028년까지 12조원의 인건비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완성차 빅3의 임금인상안 합의에 맞춰 앨라배마 공장 비노조 노동자들의 임금을 2028년까지 25% 인상하기로 했지만 UAW는 현대자동차의 이익이 지난 3년간 75%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전히 급여나 복리후생 수준이 뒤처져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과 미국 합작공장을 가동 중인 국내 배터리 기업의 원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GM과의 미국 오하이오주 합작공장 근로자 1100명의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했다. SK온 또한 포드와의 테네시 합작공장 근로자에게 인상한 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 등 근로자들의 UAW 가입이 현실화할 경우 이들 기업과의 배터리 합작공장 인건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혼다와 미국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SK온도 현대자동차와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006400)도 스텔란티스, GM과의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홈페이지 갈무리.

가뜩이나 비싼 미국 인프라 비용에 더해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IRA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는 IRA 소비자세액공제(30D)에 따라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 비율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7500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주고 있다. 중국 등 해외우려기관(FEOC) 자본의 광물·부품이 쓰일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같은 보조금 혜택에도 북미 현지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완성차 기업들이 보조금을 포기하고 값이 싼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중국산 LFP 가격은 우리나라 기업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15~20% 저렴하다.

만약 우리나라 기업이 북미에서 생산한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가격이 한국 생산 제품보다 20% 비쌀 경우, 중국산 LFP와의 가격 차가 7589달러까지 벌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IRA 조건에 맞게 북미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시 높은 인프라 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승 폭이 기존 판가 대비 약 25% 수준을 넘어설 경우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