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이어 현대차까지…'반도체 전설'과 차세대 기술 개발 나선다

텐스토렌트에 1억달러 공동투자…AI반도체 역량 강화 포석
LG전자도 협력…전장 경쟁력 높이고 데이터센터 등 외연 확장

김흥수(오른쪽) 현대차그룹 GSO(글로벌전략오피스) 담당 부사장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만나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로 알려진 짐 켈러 CEO(최고경영자)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국내 대기업들과 잇따라 협력에 나섰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를 비롯해 현대자동차(005380)그룹까지 뛰어들며 AI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산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용하는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최근 텐스토렌트가 모집한 1억 달러 규모 투자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1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0만 달러(약 642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3000만 달러, 기아는 2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수백억원 규모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텐스토렌트에 기대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기술 역량이다. 텐스토렌트의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는 향후 자율주행 기술을 실현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NPU는 직렬 연산에 특화된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텐스토렌트 투자로 AI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LG전자도 스마트TV·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텐스토렌트와 협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 플랫폼에 텐스토렌트의 AI 기능을 추가하고, 텐스토렌트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LG전자의 검증된 비디오 코덱 기술을 추가할 수 있다.

4대그룹 가운데 3곳이 '반도체 설계 전설'이라 불리는 짐 켈러 CEO가 이끄는 텐스토렌트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AMD, 인텔, 애플, 테슬라 등에서 근무하며 획기적인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었다. AMD에서 애슬론64, 라이젠 등을 개발해 인텔을 맹추격하는 데 기여했다.

애플에서 A4, A5를 만들어 '애플 실리콘'의 토대를 마련한 것도 짐 켈러다. 이후 테슬라로 옮겨 엔비디아에서 만든 테슬라칩보다 10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반도체를 선보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도 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 켈러 CEO에게 교육받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경 사장은 "전세계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이를 구동시킬 수 있는 반도체가 문제"라며 "삼성전자 내 직원들을 미국에 보내 짐 켈러와 같은 훌륭한 거장에게 교육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설립한 텐스토렌트는 AI 모델을 훈련·실행하는 컴퓨터를 설계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는 업체다. 텐스토렌트는 기존 반도체 업체에서 사용하는 인텔 x86이나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아닌 오픈 소스 'RISC-V'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를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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