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혁신해야 살아남는다"…역대급 위기 속 신동빈 회장 '엄중 경고'

상반기 VCM, 예년보다 7~10일 앞당겨 열려
자산 매각 등 고강도 체질 개선·글로벌 시장 개척 강조

신동빈 롯데 회장.(롯데지주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그룹에 불어닥친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도 높은 쇄신과 대혁신"을 제시했다.

역대급 위기에 엄숙한 분위기…辛 "쇄신·혁신해야 살아남는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4시간 30분가량 진행된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룹이 처한 어려움을 반영해, VCM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신 회장은 회의에 앞서 오후 1시 진행된 'AI 과제 쇼케이스'를 참관한 뒤 1시 33분께 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신 회장은 지난해를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든 해"라고 정의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로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상기시킨 것이다.

비록 유동성 위기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롯데케미칼 등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던 계열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롯데를 향한 시장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듯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본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룹 개혁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말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CEO 3분의 1을 교체하는 역대급 물갈이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VCM을 예년보다 7~10일가량 앞당겨 주재한 것도 CEO들에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한 신 회장의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있는 자산 활용해 효율적 경영…글로벌 시장 개척해야"

아울러 신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면서 고강도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나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본업에 충실한, 효율적인 경영으로 수익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 회장은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날씨, 국내외 정치적 변수에 따라 흔들리는 국내 경제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해외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우리 롯데그룹은 역경을 극복하는 DNA가 있어 IMF,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모두 돌파해 왔다"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어떤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