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신 자국보호' 서막…韓 유통업계 "위기를 기회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2025 내수 회복세 난망
미중 新무역주의 예상 속 시장 커버리지 확대로 대응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高)와 정국 불안으로 내수 침체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일 '관세와 규제'의 칼날을 세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과 중국 간 '뉴(NEW) 무역전쟁' 예상 속 중국이 경기 부양책 강화 카드를 내놓으면서 국내 유통사들의 글로벌 시장 대응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탈(脫)중국에 무게를 뒀던 기존 사업 전략에서 중국으로의 턴어라운드와 동남아, 유럽, 남미 등 시장 다변화를 통한 위기이자 기회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으로 내수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전략 선회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관세·규제 정책과 중국 부양책까지 전방위 압박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1기가 공약 이행률이 높고 빨랐던 만큼 2기 출범과 동시에 보편적 관세 부과와 규제 등이 빠르게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1기에 비해 2기의 관세폭이 크지 않고 2018년과는 달리 'K-브랜드' 인기로 한국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현지 법인 설립(법인세 감세)이나 공장 증설, 판매 채널 확대 등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097950)이 K-food 수요 증가와 글로벌 생산 시설 증대로 2026년까지 미주 식품 매출이 연평균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심(004370) 역시 해외 매출 비중 확대 속 미국 공장 증설과 중남미 신제품 출시에 이어 중국 법인 회복세 전망도 나온다.
유통채널이나 뷰티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090430)이 북미 시장에서 신규 브랜드 출시와 라네즈/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예상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의 경우 침대·매트리스 자회사 지누스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호재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 관세 부과 방침과 미국 상무부(DOC)의 미국향 인도네시아 매트리스 관세율 재판정 등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 발표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내수 소비 반등 효과도 기대된다. 삼양식품(003230)이 싱가포르 신규 법인과 중국 생산 법인 설립에 나서면서 해외 첫 생산 기지로 중국 공장을 낙점한 것과 맞물린다. 삼양의 중국 내수 물량에 이어 해외 수출 공급 확대에 따른 실적 모멘텀 확대가 예상된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051900)이나 코스맥스(192820) 역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며, 최근 중국 알리바바닷컴과 합작법인 출범을 알린 신세계(004170) G마켓의 효과도 주목된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한층 강도 높은 경기 부양 계획이 논의되면서 경기부양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중국 내수 소비가 회복되면 중국 관련 사업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의 실적 모멘텀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장기 밸류업( Value-up,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른 중국과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전략적 수출지역 다변화 예상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롯데의 경우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사업 구심점이 될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회장이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경제 외교'의 최전방에 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139480)는 미국뿐만 아니라 몽골·베트남·필리핀 이어 라오스 진출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
식품업체들도 유럽 법인 설립과 수출 전용 공장 설립을 통한 유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며 주변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수출 다각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오리온(271560)의 경우 러시아와 베트남 법인 신공장 증설 등 공급을 확대하며 추가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오리온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중국 내수 소비 회복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입 압박이 예상되지만 탄핵·조기 대선, 금리 인하 등 속도에 따라 소비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중 갈등, 관세 등 위기일 수 있지만 반대로 ‘내수 부양’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기업마다 글로벌 시장 커버리지 확대와 밸류업 시행 등 돌파구 모색에 전략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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