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울고 웃는 패션·뷰티 업계…올리브영·영원무역 '표정관리'

원자재값 상승에 비용 부담 가중…제품가 인상 압박
영원무역·한세실업 '킹달러', 올리브영 '외국인' 수혜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 전광판에 외화당 팔 때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2024.12.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탄핵 정국 불안으로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패션·뷰티 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패뷰 업계의 경우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대다수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다만 CJ올리브영(340460), 한세실업(105630), 영원무역(111770) 등 일부 기업은 고환율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1470.5원(야간 거래 마감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뛴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패뷰 업체 대부분은 전 세계적인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환율까지 덮치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제품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서다. 고환율로 인한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가는 셈이다.

특히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일수록 부담은 더욱 크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입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 가격 정책에 따라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고, 국내 브랜드는 가격 인상 시 소비자 외면을 받기 때문에 역시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여서 비용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이 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료를 미리 비축해 둬 아직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구입 비용 상승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성비'를 주 무기로 한 인디 브랜드의 상황은 더욱 녹록잖다. 인디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또 다른 뷰티 업계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장사를 하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마진도 적게 남고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고환율 직격탄을 맞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영원무역, 한세실업과 같은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과 H&B 플랫폼 올리브영은 고환율이 마냥 나쁘지는 않다.

패션 OEM 업체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달러 결제 비율이 높은 수출기업들은 원화로 환산하는 이익이 불어나는 '킹달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의류 주문부터 선적까지 통상 3~6개월이 소요되는데, 원부자재 구입 당시 환율보다 제품 출하 시기 환율이 높아지게 된다. 영원무역은 미국 매출 비중이 41%, 한세실업은 85%에 달한다.

외국인의 필수 방문지로 떠오른 올리브영도 고환율이 반가운 상황이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한국 여행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다가 이들의 구매력도 높아지는 효과를 낳는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여행은 물론 한국 상품 구매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은 올리브영 매장을 찾았다. 올 상반기 기준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68% 늘어났다.

올리브영은 올해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국내 오프라인 매장 90여 곳을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매장 6곳의 매출은 90% 이상이 외국인에게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이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