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손잡고 '공룡 플랫폼'으로…'현금 100조' 中알리, 韓상륙

알리+지마켓 합쳐 1500만 사용자…"알리 투자시계 당겨졌다"
알리 가품·중소 제조사 위기론에 셀러 피해 가능성도 제기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2024.12.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신세계(004170)그룹의 지마켓과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합작법인을 결성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 투자가 본격화됐다.

현금 100조 원을 보유한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마켓과 손잡으며 1500만 사용자를 보유한 공룡 플랫폼으로 커진다.

중국 자본이 국내 제조 생태계 영향력과 멤버십 등 충성고객층을 강화하고, 빠른 배송을 확대할 공산이 커지면서 'C커머스'의 국내 장악력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5대5로 현물 출자해 내년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

신세계는 이마트 등이 보유한 지마켓 지분 100%를,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 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약 3조4400억 원을 들여 지마켓과 옥션을 인수했지만 최근 3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서 합작법인이 성공하지 못해도 중국 자본에 실패한 e커머스 기업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짚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1월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968만 명, 지마켓은 562만 명으로 양사를 단순 합산하면 사용자 수만 1500만 명을 넘겨 쿠팡(3219만 명)에 이은 2위가 된다.

알리는 올 초 2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투자를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직구액은 3분기 기준 2022년 550억 원에서 올해 1조16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선 '알리의 한국 투자는 시작일 뿐'이란 말이 나온다.

전 세계 240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70조 원, 23조3000억 원으로 쿠팡 매출과 영업이익에 비하면 6배, 38배다. 9월 기준 알리바바그룹 보유 현금은 111조 원(5523억 위안)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가 e커머스 침투율이 높은 한국 시장에 이번 합작법인 투자를 계기로 본격 진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선 알리가 신세계와 손잡으며 투자 시계를 3~4년은 앞당겼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통해 충성고객을 늘릴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전국 지마켓 물류센터 등과 협업하면 재고관리나 배송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그동안 가품 논란, '메이드 인 코리아' 중소 제조사 위기론 등을 부른 만큼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도 내다본다.

지마켓 오픈마켓에 입점한 상당수 셀러가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 국내 시장에 파는 만큼 한중 플랫폼을 합치면 이들 셀러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e커머스 실태 보고서'에서 "알리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저가 공산품 품목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향후 국내 판매자 입점 확대와 물류 설비 확충에 따라 상당한 경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