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당선 최초 만남 '정용진'-2회 최다 만남 '신동빈'…''美 민간 가교' 선봉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 유통 총수들 각개전투 행보 주목
한미 정상외교 비상 속 美정책 변화 대응 난제…정부 역할론 시급
- 김명신 기자
"트럼프 측은 한국 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했으며,나는 사업가로서 내가 맡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미국 트럼프 2기 집권을 앞두고 한국 기업인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중했고 무거웠다.
탄핵 정국 속 한미(韓美)정상 외교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기업인으로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첫 접촉에 나서면서 재계에도 비상한 관심과 고무적인 성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인 22일 오후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만남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지난 16일 트럼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다양한 주제를 두고 심도 있는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체류기간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이 성사된 가운데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많은 인사들과 교류했다"면서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로 빠른 정상화가 될 것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의 트럼프가(家)와의 행보는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에 이은 두 번째다. 무엇보다 '막후 실세'인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두터운 친분에 따른 인연으로 향후 직·간접적 '경제 가교역할'이 기대된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 국가들은 '트럼프 스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한국은 탄핵 국면으로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트럼프 2기'와 소통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 속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보편 관세 부과 정책 등 대미(對美)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처지다. 정 회장의 촉발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트럼프 회동과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이미 트럼프 당선인과 두 차례 회동한 바 있어 재회 가능성 역시 주목된다.
롯데는 2019년 5월 사업비 31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투입한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주 ECC(Ethan Cracking Center) 공장 설립 등을 통해 신 회장과 트럼프와 첫 면담이 성사됐으며 당시 트럼프는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한미 기업 간 협력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공장을 비롯해 뉴욕과 시카고 등 호텔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롯데와 이마트 등 계열사의 글로벌 진출을 타진한 신세계를 비롯해 'K-푸드' 선봉에 나서고 CJ그룹 수장들의 행보도 관심사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 4조 원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푸드빌도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스빌에 약 9만㎡ 규모의 신공장 착공에 돌입, 현재 작업이 한창으로 늦어도 내년 연말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당장 1월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참석 여부 역시 주목된다. 정 회장은 "정부 사절단에서 참석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나 CJ그룹 등은 취임식 참석이나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와는 다른 국내 정서 속 2기 출범을 앞두고 정 회장의 행보는 불확실성에 휩싸인 한국 기업의 분위기 쇄신에는 의미 있는 성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다만 국가 간 관계에서 민간 기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그 역할론에서 정부가 어떻게 기업을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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