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K-뷰티, 가성비만으론 안된다 [기자의눈]
인디 브랜드 전성시대…약 5년새 화장품 제조사 2배 뛰어
로드숍부터 다이소까지…K-뷰티 '가성비' 이미지 벗어야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마스크팩 500원, 립 3000원, 수분크림 5000원.
K-뷰티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템'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 중소기업 인디 브랜드는 ODM 업체와 손잡아 제조 기술이 없더라도 단기간에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가격대도 합리적이다. 자본만 있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의 화장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그야말로 인디 브랜드 춘추전국시대다. 가격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이기도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2328개였던 화장품 제조 업체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567개로 대폭 늘었다. 올해도 300여 곳이 화장품 제조 시장에 뛰어들어 업체 수는 5000개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1년 92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화장품 수출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 2023년 85억달러, 올해 11월 기준 93억 달러(약 13조 97억 원)로 집계된다.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K-뷰티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가성비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K-뷰티 1세대였던 2000년대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 스킨푸드 등 화장품 로드숍이 시장을 주름잡았다. 당시 1만 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적극 공략했다.
현재도 조선미녀, 스킨1004 등 해외에서 입소문을 탄 K-뷰티 브랜드는 1만 원대 제품을 주로 전개한다. 국내에서도 편의점, 다이소 등을 통해 유통되는 가성비 제품이 각광받는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화장품 하면 '저렴이'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서다. 실제 이 같은 시선에 외려 한국 제품임을 알리지 않고 영업하는 브랜드도 다수다.
이젠 '싼 맛'에 사는 게 아니라 제품력으로 승부 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야 할 때다.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의 경우 한 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수한 원료, 기술력, 제품력을 가졌음에도 가성비 프레임에 갇힐까 봐 걱정됩니다."
어느 한 화장품 기업 대표의 하소연이 맴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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