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패딩 좀 나가는데"…탄핵 정국에 유통가 '근심'

소비 더 위축될까 우려…마트 12일, 백화점 20일부터 설 사전예약
지난 탄핵때 롯데·신세계 본점 매출↓…여의도·광화문은 '씁쓸한 수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유통가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돌입하자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올해 무더위가 길어지며 3분기에 간절기 의류 판매 실적이 부진했고, 4분기인 11월까지도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가가 높은 겨울 아우터를 기대만큼 판매하지 못했다.

12월 들어서야 영하권 한파가 시작되며 지난 주말 이틀간(7~8일) 롯데쇼핑(023530) 롯데·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 3사의 패딩 등 아우터 매출이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11월에 안 나갔던 패딩류 매출이 지난 주말 신장세를 보였다"며 "고가의 패딩류도 잘 팔리면서 점포에 따라 매출 신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주말 이틀간 '반짝 신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탄핵 정국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분위기에 맞게 회식이 많아져 자영업자들 수익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나는데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좋을 수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이었던 올해 설날(2월 10일)과 달리 내년 설날은 1월 29일로 비교적 빨라 설 선물세트 판매가 예년보다 앞당겨지며 유통가는 관련 소비동향도 점검하고 있다. 별도 회의까지 신설되진 않았지만 혹시나 모를 파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대형마트들은 12일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개시를 앞두고 있고, 백화점들도 20일께 나란히 사전예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홈쇼핑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매출 추이를 살피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주요 유통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2016년 10~12월 서울 광화문, 시청 일대 집회와 안전 문제로 인근 유통업체 매출이 줄었다.

당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매출은 2015년 동기 대비 11.1%, 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본점은 같은 기간 5.5% 각각 매출이 감소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11월 홈쇼핑 업종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63.3% 급락한 1519억 원이었다.

한편 여의도 인근 일부 편의점과 카페, 식당은 지난 주말 집회에 '씁쓸한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를 위해 편의점 핫팩부터 음식, 음료 등을 선결제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인근도 보수 진영 시민이 몰리며 인근 편의점 등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이 몰리면서 인근 점포는 당연히 매출이 많이 상승했다"면서도 "이밖에 다른 지역의 지난 주말 매출은 대동소이한 편이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