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NEW' 트렌드"…MZ세대가 바꾼 '명품 시장'

전통 명품 대비 1/10 가격대로 럭셔리 트렌드 대응
강력한 브랜딩 효과·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

(LF 제공)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경기 불황 속에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명품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신(新) 명품' 브랜드들이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힙' 트렌드와 맞물려 기존 강호인 전통 명품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뉴(NEW)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신명품 팬덤이 확고해지면서 패션업계에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선보이는 명품 브랜드 자크뮈스와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르메르 매출은 전년 대비(누적 매출 기준) 각각 80%, 30%, 80%, 60%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강력한 브랜딩을 펼치고 있는 신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며 "재미와 신선도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의 구매 태도를 바탕으로 새롭고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관계를 공고히 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22년 국내에 론칭한 엔폴드 역시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타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1% 증가했다. 다양한 소재의 조합으로 매 시즌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사카이는 18.9% 매출이 증가했고, 다크 패션의 대가로 불리는 릭오웬스 17.1% 매출이 증가했다.

이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성장 가능성 높은 신규 브랜드 확보를 위해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다양한 니즈와 빠른 트렌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발빠르게 확보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LF 역시 이자벨마랑, 빈스, 레오나드, 오피신 제네랄, 바버, 바쉬, 빠투에 이어 포르테포르테까지 들여오면서 해외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영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하게 정립해 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포르테포르테'(forte_forte)가 갤러리아 백화점 본점에 국내 첫 번째 단독 매장을 오픈한 가운데 바버 130주년을 맞아 하반기 대형 팝업이 예정돼 있다.

보헤미안 컬렉션 출시도 계획돼 있다. 올가을 보헤미안 트렌드 인기에 선 대응 차원으로 실제로 웨스턴 부츠 등 보헤미안 스타일을 아우르는 '웨스턴' 키워드 검색량은 직전월 대비 약 40%, '러플 블라우스'는 140%, '러플 스커트'는 70% 증가했다.

LF 관계자는 "대중적인 유행을 쫓기 보다는 수입 패션에 대한 깊은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 마니아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 뉴럭셔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촘촘하게 꾸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크뮈스.(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은 MZ 고객 비중이 높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신진 브랜드 중심 해외패션 브랜드 강화로 명품 실수요자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 EQL GROVE(이큐엘 그로브)의 경우 성수동 패션 편집숍 중 최대 규모로, 공간 및 MD 구성 모두 MZ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단독 브랜드 10여 개를 비롯해 한섬이 직접 큐레이션한 국내외 패션·라이프스타일 인기 브랜드 100여 개를 선보이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오프라인 강화는 최근 취향이 극세분화된 MZ고객들에게 다양한 신진 브랜드와 체험형 공간을 선보여 고객 풀(POOL)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슈 브랜드,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신진 브랜드들의 팝업 행사는 물론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K-패션 브랜드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소비가 급감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컨템포러리 패션으로 분류되는 신명품 브랜드는 소비심리 침체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명품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의 명품과는 차별화된 신선한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좋은 가격대 때문"이라면서 "명품 브랜드의 10분의 1 수준의 가격대로 구매가 가능한 데다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주요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LF 제공)

lil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