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조선호텔의 유산…그 시간을 채운 건 '사람'"

[유통人터뷰] 이정욱 웨스틴 조선 서울 총지배인
신입사원에서 총지배인 된 첫 사례…"자부심 크죠"

이정욱 웨스틴 조선 서울 총지배인이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웨스틴 조선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110년을 지나며 쌓인 헤리티지(유산)입니다. 유산을 만든 것은 켜켜이 쌓인 시간과 그 안의 사람입니다."

올해로 110주년을 맞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상징이자 얼굴인 웨스틴 조선 서울. 우리나라 호텔업의 대표주자인 웨스틴 조선 서울의 리더로서 이정욱 총지배인이 갖는 긍지는 호텔의 유구한 역사성만큼이나 남달랐다.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 만난 이 총지배인은 2000년 입사 후 영업, 기획 부서는 물론 객실, 연회, 홍보·마케팅 업무를 두루 거친 경력을 인정받아 2021년 4월 웨스틴조선 서울 총지배인으로 임명됐다. 그의 발탁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웨스틴 조선 서울의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첫 사례이다.

이 총지배인이 웨스틴 조선 서울의 수장에 오른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아 사상 최대의 위기였던 시기다.

이 총지배인은 "한일 관계 경색, 리먼 브러더스 사태, 메르스 등 사태를 모두 거쳤지만, 코로나19는 3년 넘게 가면서 직원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 시간을 견디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다른 호텔들처럼 없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앞을 내다보고 준비한 것들이 있어서 외형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 전경,

이 총지배인은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110주년의 시간은 자타 공인 최초·최고의 호텔이라는 자부심과 결합해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강한 신뢰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웨스틴 조선 서울에는 19살에 입사해 40년 동안 세탁 업무를 하시고 60살에 정년 퇴임하신 여사님, 1960년대 호텔에서 결혼한 부부의 자녀, 손주들이 3대에 걸쳐 단골 고객이 되는 등 특별한 사연들이 넘쳐난다.

이 총지배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2022년 10월, 6·25 참전용사 아버지를 둔 한 미국인이 50년 전 조선호텔이 사용한 옛 청동 열쇠를 들고 온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총지배인을 만나는 경우는 컴플레인일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불만일지 생각하면서 만났는데, 내게 조선호텔의 'C' 마크가 찍힌 청동 열쇠를 줬다"며 "물어보니 아버지가 50년 전 사업차 한국을 방문해 조선호텔에 투숙한 뒤 기념으로 가져온 열쇠를 유품 정리하다 발견했다고 하더라. 전율이 일었다"고 회상했다.

110년 동안 한결같이 고객을 맞이한 웨스틴 조선 서울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컬처의 영향으로 호텔 내 세신 서비스, 뮤지션 초청 공연인 '서머 아트 페스티벌' 등을 즐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의 비중이 크게 늘고 국적도 다양해졌다.

마지막으로 호텔리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 총지배인은 "AI 기술이 인간을 대체한다지만 호텔은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려와 존중의 마음이 있다면 누구라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