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쓰러질지 모른다"…e커머스업계, 치열한 쇄신 작업 돌입
e커머스업계, 희망퇴직, 본사 이전에 대표 교체 '칼바람'
성장 아닌 비용 감축 등 내실 다지기로 생존 전략 시도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국내 e커머스업계에 거대한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공세에 타격을 입고 업황 부진으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희망퇴직, 본사 이전, 인적 쇄신으로 각자도생에 나서며 치열한 '생존 게임'에 돌입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그룹은 e커머스 사업 부문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지마켓은 새 대표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첫 외부 수혈이다. 임원진 역시 네이버, 쿠팡 출신의 외부 인사로 채웠다. 기존 PX본부를 PX(Product eXperience)본부와 테크(Tech)본부로 분리하며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SG닷컴은 신임 대표로 최훈학 전무를 내정하고 기존 4개 본부를 2개 본부로 줄이는 동시에 마케팅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뤄진 e커머스업계의 쇄신 작업 중 가장 강도가 높다"며 "특히 지마켓은 신세계에 인수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정용진 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겠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커머스업계에 부는 '칼바람'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금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커머스는 박리다매 방식으로 수익을 내야 하기에 통상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데다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까지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하며 판매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
일련의 비용 감축, 조직 개편, 인적 쇄신 작업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유통업의 부진에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각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11번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9월 본사를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 광명시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한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지난달 권고사직을 단행해 저성과자를 솎아내고, 이달 초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롯데마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2시간 이내 배송해 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도 중단했다.
SSG닷컴은 김포 NEO센터 2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맡겨 물류비를 감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SSG닷컴과 지마켓과의 통합, 신세계 e커머스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신세계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y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