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시설 증설에 재도전도"…희석식 소주 지고, 증류식 소주 떠오른다

100돌 하이트진로, 증류식 소주 설비 증설…롯데칠성, 여울 출시
전통주 업체들도 증류식 소주…"음주문화 고급화·다양화 맞물려"

지난해 출시된 일품진로 23년산(하이트진로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주류 소비 행태가 다양해지면서 희석식 소주 대신 증류식 소주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창사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000080)는 증류식 소주 설비의 증설을 선언했고, 롯데칠성음료(005300)도 증류식 소주에 재도전하고 있다. 국순당과 지평주조 등 전통주 업체도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증류식 소주 설비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양곡관리법 등으로 1960년대에는 증류식 소주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0년도에 들어 증류식 소주 생산에 다시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천 공장에서는 200L 오크통 2000여 개를 활용해 증류식 소주를 숙성 중이고, 상품화를 준비 중인 수십 개의 1만L 오크통이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증류식 소주 숙성을 테스트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올해 1월 새 증류식 소주 '여울'을 출시했다. 이전 증류식 소주인 '대장부' 단종 3년 만에 다시 증류식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막걸리 위주였던 전통주 업체들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국순당(043650)은 이달 초 증류식 소주 '려 2013 本'을 출시했다. 여주 고구마 농가와 협업해 2013년부터 10년간 숙성한 증류식 소주다.

지평막걸리로 잘 알려진 지평주조에서도 올해 증류식 소주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칠성음료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여울'(롯데칠성음료 제공)

기존 증류식 소주 시장은 광주요의 '화요',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정도 뿐이었지만, 2022년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들까지 관심이 커졌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증류식 소주 출고 금액은 2020년 448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1412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반면 희석식 소주 판매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FIS 식품산업통계정보 따르면 지난해 소주 매출은 새로를 앞세운 '처음처럼'이 12.53% 늘어난 것 외에는 하이트진로 '참이슬', 무학 '좋은데이', 금복주 '맛있는참', 대선주조 '대선' 등 대부분의 희석식 소주 매출이 10% 안팎의 매출 하락을 겪는 중이다.

소주의 이름은 '불사를 소'(燒)에 '술 주'(酒)가 더해져, 불로 끓여서 만든 술이란 의미다.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는 희석식 소주보다 원재료의 향이 남아있는 증류식 소주가 전통 소주에 더 가깝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양해진 음주 행태,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에서도 증류식 소주가 알맞다. 와인은 한번 열면 끝까지 마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위스키는 높은 가격이 어려운 점이지만, 증류식 소주는 이같은 단점들을 상쇄해 홈술 문화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식당에서도 희석식 소주보다 증류식 소주를 파는 것이 마진 측면에서도 이익이다. 여기에 음주 문화가 고급화·다양화되는 추세에 맞물렸다"며 "제조 기반이 있는 주류 업체에서는 증류식 소주에 뛰어들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국순당 려 2013 本(국순당 제공)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