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G 사장 후보 반대 IBK기업은행,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제출 후 2영업일 경과 전 반대 권유

KT&G 서울 사옥.(KT&G 제공)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IBK기업은행이 KT&G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방경만 KT&G 사장 후보의 사장 선임안에 반대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한 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2018년 KT&G 사장 인사 개입에 이어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회 추천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하고 나서며 '제2의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까지 더해져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G의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방 후보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12일 금융위와 증권거래소에 자료(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공시했다.

기업은행은 같은 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대행업체인 '비사이드 코리아'에 자료를 올리고 방 사장 선임안 반대 권유를 시작했다.

비사이드 코리아의 KT&G 게시판에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 달라는 내용의 자료가 업로드 돼 있다. 시작일은 12일로 기재돼 있어 참고 서류를 제출한 일자와 동일하다.

비사이드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기업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제 152조, 153조에 따르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개시일은 의결권 권유자가 위임장 용지 및 참고 서류를 금융위와 거래소에 제출한 날로부터 2영업일이 경과한 이후부터 가능하다.

12일 자료를 제출한 기업은행은 15일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가능하지만, 이 기간을 지키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의결권 권유자가 해당 법 조항을 위반한 경우 금융위는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정지·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끌고 모범을 보여야 할 금융위원회 산하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충분한 검토 없이 법 위반 논란까지 일으키며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2개월여 진행된 KT&G 사장 후보 인선 과정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기업은행이 갑자기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면서 주주제안 행보를 하는 것을 놓고도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은 과거 한진칼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간 분쟁 때도 벌어졌다.

지난 2020년 3월 한진칼은 KCGI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KCGI가 금융위 등에 위임장 용지와 참고 서류를 제출한 지 2영업일이 지나기 전 주주들에게 연락해 KCGI에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권유하고 주주를 방문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했다는 것이 당시 한진칼의 주장이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기업은행과 표 대결이 불가피한 KT&G 역시 주주들 설득에 나섰다. KT&G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사외이사 전문적 정합성과 이사회 다양성 제고를 위한 후보 심사·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주 제안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사회 전문성, 운영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해를 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손동환 후보의 경우 KT&G 이사회가 추천한 곽상욱 사외이사 후보와 전문 분야가 중복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018년에도 2대 주주였던 기업은행은 KT&G 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사외이사 후보 2인을 추천한 바 있다.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기권했고,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을 얻은 회사 측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 기업은행의 경영개입 시도는 무위에 그쳤으나 관치 논란이 나왔다.

이후, 기업은행의 KT&G 사장 선임 반대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 선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업계의 의심은 관련 정황이 담긴 기획재정부 문건이 공개되며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기재부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통해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