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로켓성장' 쿠팡, '유통제왕' 등극…"계획된 적자 증명했다"

쿠팡 매출 30억, 영업익·순익 6000억 돌파…이마트·롯데 제쳐
전통 유통공룡·中 e커머스간 경쟁 심화…국내외 투자 확대

(쿠팡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쿠팡이 창사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내며 그간의 '계획된 적자' 주장을 증명했다.

지난해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을 함께 이룬 쿠팡은 롯데쇼핑(023530)과 이마트(139480)를 제치고 신세계(004170)·이마트 합산 매출을 추격 중이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증가한 31조8298억 원이라고 28일 공시했다. 영업익은 6174억 원, 당기순익은 6070억 원으로 둘 다 흑자전환했다.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은 27% 증가한 1400만 명이다.

배경엔 지난해 4분기 매출·영업익의 큰 성장이 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분기 최대인 8조6555억 원, 영업익은 51% 증가한 1715억 원이었다. 특히 대만 시장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매출이 2배가량 뛰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비즈니스에 유의미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까지 다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한 과감한 시도이자 새 역량이 바로 로켓배송"이라며 "이것이 성공이란 결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과 합리적 가격, 다양한 상품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로켓배송이 한국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고객 유입을 이끈 '필수 인프라'로 거듭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쿠팡은 전통 유통사들을 제쳤다.

롯데백화점 본점, 이마트 연수점(각사 제공)

지난해 롯데쇼핑 매출은 14조5559억 원, 영업익은 5084억 원, 당기순익은 1797억 원이다. 이마트 매출은 29조4722억 원, 영업손실은 469억 원, 당기순손실은 1875억 원이다.

쿠팡은 신세계·이마트 합산 매출(35조원대) 규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신세계(6397억 원)에 이은 2위로, 이마트 영업손실(469억원)을 감안하면 신세계·이마트 합산 영업이익(5928억 원)을 제친다.

다만 현 유통시장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글로벌 e커머스 시가총액 2위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 3위 핀둬둬홀딩스의 테무, 중국 '패션 공룡' 쉬인이 무제한 광고비나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국내시장을 빠르게 공략 중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의 1월 사용자 수 합계는 1509만 명으로, 쿠팡(2982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는 쿠팡의 배송·반품·상품 성공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는 현재는 중국 물류센터에서 국내 제품을 통관하고 한국 물류센터 입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배송해 5일 정도가 걸린다. 여기다 국내 물류센터를 지을 경우 배송기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도 다양한 생존책을 강구 중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부진 사업 매각 방침을 밝힌 뒤 경영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의 현금입출금기(ATM) 사업부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이마트는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사업부로 통합했다. 오프라인에선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기능을 통합해 본업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온라인에선 SSG닷컴과 G마켓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쿠팡 대만 2호 풀필먼트센터(쿠팡 제공)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대만을 포함한 신사업 투자 확대로 대응한다.

김 의장은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낮으며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미래이자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2027년까지 한국 전체 소매시장 규모가 5600억 달러(약 747조 원)로 예상되는 가운데 쿠팡 비중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만엔 올 상반기 3호 물류센터를 열고 신사업 투자를 확대할 뜻을 보였다.

거랍 아난드 CFO는 "올해 대만 등 성장 사업 중 로켓배송 부문에서 약 6억5000만 달러(약 8677억 원)의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익)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손실 증가로, 그만큼 투자 보폭을 넓히려는 공산으로 풀이된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