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쁘지 않은데"…구조조정 단행하는 수입주류사들

맥주 하이네켄코리아·위스키 디아지오 구조조정
시장 전망 나쁘지 않지만, 치열한 경쟁 예고…"선제적 대응"

하이네켄 맥주병이 진열된 모습. 2017.06.20/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수입 주류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시장 포화에 따른 실적 하락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제적인 조직 슬림화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위스키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조기 자발적 조기퇴직 프로그램(ERP)을 단행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당사 직원들의 가장 적합한 커리어 선택을 돕기 위해 이번 재정지원을 포함한 조기퇴직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며 "전적으로 자발적인 프로그램이며, 당사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직원들이 연착률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10년 차 이상 직원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들에게 8~36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코리아도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이네켄 코리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주류 소비자 소비 패턴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조직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직원의 3~4% 정도 퇴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디아지오코리아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홈술' 영향으로 커졌던 위스키 시장은 최근 다소 주춤하긴 하더라도 여전히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 수입 맥주 역시 수입 물량은 여전히 증가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 물량은 3만586톤으로 전년 대비 13.1%가 증가했다. 2021년 약 1만5000톤을 웃돌던 수준에서 2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물량도 23만8695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업계에서는 치열해질 경쟁을 대비한 조치가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위스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국내 주류사인 하이트진로도 커티삭·후지산로쿠 등의 위스키를 수입해 내놓고 있고, 유통가에서는 한국산뿐 아니라 인도·대만 등 독특한 지역의 위스키 출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입 맥주 시장은 강자로 평가받던 칭따오가 위생 논란에 휩싸였지만, 일본 수입 맥주 판매가 회복되면서 경쟁은 여전하다. 아울러 각종 식품업체들의 협업 제품들도 줄을 잇는 상황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번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당사는 우리의 사업과 조직이 향후 미래 성장에 가장 부합하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구조조정을 단행할 만큼 실적이 나쁘지 않다. 전체적인 수입량도 늘고 있어 위기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결국 선제적 대응 정도로 밖에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