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막 내린 남양유업"…사모펀드 아래서 보여줄 성과는
경영 효율 극대화 사모펀드…한앤코, 과거 웅진식품 실적 끌어올려
"손해 보더라도 비전 투자해야 하는데…이런 부분 아쉬울 수도"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홍원식 회장 일가와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법적 다툼이 종료됐다.
60여년 오너경영을 끝내고 사모펀드로 넘어간 남양유업이 실적 성장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는 기대가 높지만, 장기적인 성장은 안갯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정상화 속도, 엇갈린 시장 평가
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특유의 밸류업 전략에 따라 경영 효율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4일 대법원은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다.
한앤코는 향후 홍 회장과 가족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통해 경영권 확보 작업을 빠르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모펀드는 투자대상회사의 지배 주식을 인수해 장기간 보유하면서 구조조정,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 개선은 기대가 가능하다.
한앤코 역시 과거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을 투입해 매각한 후 5년만에 대만 퉁이그룹에 2배가 넘는 2600억원으로 매각한 바 있다.
적자 흐름을 이어가던 웅진식품은 한앤코 매각 직후 흑자로 전환했고, 매년 영업이익을 끌어 올려 매각 시점이던 2018년에는 2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폭은 2000억원대 안팎으로 소폭의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했다.
남양유업은 2020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갑질 사건으로 인한 불매 운동에 이어 코로나19 당시 불가리스의 과장 광고 논란, 주식 양도 분쟁 장기화 등으로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800억대 적자를 보였던 2022년과 달리 지난해 적자 폭은 일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3년 전망 역시 적자 흐름을 벗어나긴 어렵다. 지난해 1~3분기 영업 손실은 280억원 규모다.
◇소비자 신뢰 회복 우선 나선다
남양유업은 그럼에도 불가리스, 맛있는 우유 GT, 프렌치카페 등 히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망도 건재하고, 비영업 자산 등을 매각하는 등 경영 효율화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모펀드 산하에 속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문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먼저기 때문에 한앤컴이 이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 하에서 '우리는 합리적으로 경영한다'를 보여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을 보여주기엔 한계점도 있다. 대만 퉁이그룹 품에 안긴 웅진식품은 퉁이그룹 인수 이후 영업이익이 주춤했다. 200억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13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원가 상승 등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한앤코 산하에서 줄였던 마케팅 비용을 다시 확대한 영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하에 있으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비전을 위해서 끌고 나가야 하는 사업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투자를 줄이는 부분은 아쉬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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