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사건 쿠팡 영향은…공정위 신고·'LG생건 갑질' 소송 주목

공정위, 시장획정 못했지만 "H&B보단 확대"…온오프 경계 희미
온오프 합치면 '절대강자' 없어 쿠팡·올영 모두 제재 낮을듯

쿠팡, 올리브영 로고(각사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납품업체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CJ올리브영이 화장품 시장에서 '지배사업자'라는 판단은 피해가면서 이번 사건이 쿠팡에 끼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올리브영이 속한 시장을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에 한정하지 않고 온라인까지 넓힌다면 e커머스 강자 쿠팡과 오프라인 드럭스토어 1위 올리브영이 경쟁사업자로 판단되며 온-오프라인이 '관련 시장'으로 묶일 여지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앞서 공정위가 쿠팡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해 LG생활건강(051900)에 '갑질'을 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쿠팡이 불복해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H&B 경쟁사 행사에 납품업체들 참여를 막고, 할인가에 납품받은 상품을 정상가로 팔아 차액을 챙긴 행위(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명령, 법인 고발 처분을 내렸다.

당초 높게는 6000억원 규모로 예상된 과징금이 10억원대까지 내려간 건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이 낮게 판단돼서다. H&B 시장만 보면 점유율이 70%를 넘지만 온라인을 합치면 10%대로 내려가 지배사업자로 보기 어렵다.

지배사업자로 인정돼야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보다 통상 과징금이 훨씬 커진다.

공정위는 관련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지는 판단을 유보했으나 H&B 오프라인 스토어로 한정할 순 없다면서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 강화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화장품 시장 범위를 온라인까지 넓힐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는 쿠팡이 7월 '올리브영이 쿠팡을 뷰티시장 경쟁사업자로 인식해 중소 납품업자의 쿠팡 납품·거래를 막는 갑질을 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정위가 이 사건을 다루며 쿠팡과 올리브영을 경쟁사업자로 보면 두 업체가 속한 '관련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게 된다.

이 경우 쿠팡이 신고한 입점방해 행위가 모두 사실이라도 올리브영은 마찬가지로 점유율이 낮아 지배사업자로 보기 어려워 과징금이 수억원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만 쿠팡은 제재 수준과 별개로 이번 신고로 올리브영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앞으로 방해 행위가 수그러들어 납품업자 유치를 두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리브영의 EB(독점 납품 브랜드) 정책은 다른 채널에도 입점하고 싶지만 올리브영 입점을 포기할 수 없어 상대적 '을'인 납품업체에도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 신고) 사안은 (본청이 아닌) 서울사무소가 진행 중"이라며 "어떻게 신고된 사안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쿠팡이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쿠팡은 LG생활건강에 갑질을 한 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고 현재 불복 소송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엔 제조업체가 우위에 있었으나 최근엔 특히 온라인 유통업체 지위가 커져 쿠팡에 우월적 힘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쿠팡은 LG생활건강과 갈등이 생긴 2017~2018년엔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유통업 3위 업체였고,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올리브영이 속한 시장을 온라인까지 확장하게 된다면 온오프라인 소매시장을 통틀어 보면 자사 점유율도 낮아진다는 쿠팡 논리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의 온라인 쇼핑시장 점유율은 24.5%로 1위지만 오프라인을 합치면 5%가 안 된다. 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LG생건에 갑질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쿠팡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다른 업체들과의 납품가 협상을 할 때도 쿠팡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판단이 쿠팡의 신고 건 심리 과정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절대강자'는 없어 올리브영, 쿠팡 모두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