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자 피한 올리브영…쿠팡·다이소까지 '무경계 전쟁' 심화

과징금 6000억대 아닌 10억대…화장품 시장 변화 영향
공정위 고심끝 시장획정 유보…온·오프 구분 무의미한 경쟁

올리브영 매장 전경(CJ올리브영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이 속한 경쟁 시장의 범위를 획정(명확히 나눠 정함)하지 못하면서 많게는 6000억원대로 점쳐졌던 올리브영의 '경쟁사 납품 방해' 과징금이 10억원대에 그쳤다.

'관련 시장 업계 1위'라는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돼야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과징금이 부과되는데, 최근 10년여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화장품 시장 패러다임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공정위 판단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뿐만 아니라 다른 소매채널과 온라인에서의 화장품 판매도 늘어나며 향후 뷰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공정위는 과거 H&B 스토어 경쟁사였던 GS리테일(007070)의 랄라블라, 롯데의 롭스 행사에 납품업체들의 참여를 막고 할인가로 납품받은 상품을 정상가에 팔아 차액을 챙긴 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과 관련해 내려진 것이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면서 통상 과징금 수위가 더 높은 공정거래법 위반은 적용하지 않았다.

공정위 결정엔 화장품 소비 트렌드와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과거 CJ올리브영의 H&B 경쟁사였던 랄라블라는 지난해 사업을 철수했고 롭스는 로드숍을 접으며 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축소됐다.

오프라인에선 LG생활건강(051900)이나 아모레퍼시픽(090430) 등의 원 브랜드 숍들이 출점해 있는 가운데 새롭게 뷰티편집숍 시코르·세포라 등이 생겼고,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화장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사는 경우도 증가세다. 컬리(408480)는 뷰티컬리를 론칭했고 쿠팡은 럭셔리 뷰티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통해 온라인 화장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쇼핑도 화장품을 판매한다.

온·오프라인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화장품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 드럭스토어만 따지면 올리브영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다른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몰도 포함하면 10%대까지 떨어진다.

공정위는 이에 시장 획정을 유보하면서도 "약 10년 동안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빠르게 변화해온 점, 이로 인해 여러 형태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성장·쇠락한 점, 근래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 고려할 때 관련 시장은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고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혜택을 주는 'EB(Exclusive Brand) 정책'도 확대되고 있어 지속적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4년 이 정책을 적용한 브랜드는 14개였으나 2021년엔 580여개로 7년 만에 40배 넘게 뛰었다. 업계에서도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지속되며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우려한다.

공정위는 "EB 정책에 위법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올리브영이 이 정책을 계속해도 공정위가 중단하도록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러한 수단을 통해 납품업체에 불이익을 준다든지 경쟁사에게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올리브영 측은 이번 제재에 대해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기 뷰티 브랜드 성장과 글로벌 진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