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수천억 과징금 부담 덜었다…상장 재추진 '청신호'
"화장품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올리브영 주장 다수 반영
12월 정기 인사서 칼바람 피할 듯…상장 행보 '눈길'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 논란을 빚은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피하게 됐다.
갑질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5800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억9600만원만 부과하면서다.
다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했다.
◇공정위 "올리브영, 3개 법 위반…'시장 지배적 사업자' 불확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올리브영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행사독점 강요 △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은 단독 납품하는 납품업체의 브랜드를 EB(Exclusive Brand)라고 칭하고 행사독점을 강요해왔다. 반면 단독 납품 거래를 하지 않는 납품업체 브랜드는 Non-EB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이 같은 행위를 각각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제17조 제10호(불이익 제공 금지) 및 제1호(물품 구입 강제 금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관건은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배타조건부거래)에 해당하는지다.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경쟁사인 랄라블라, 롭스 등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 점이 확인됐다.
또다른 쟁점은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다. 관련 시장을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 한정할 것인지 혹은 온오프라인까지 합쳐서 볼 것인지에 따라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H&B 스토어로 시장을 한정할 경우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80%를 넘긴다. 올리브영의 경쟁 업체로 여겨지던 랄라블라와 롭스가 모두 이미 철수해서다. 온오프라인을 합쳐서 시장을 획정하게 될 경우 대형온라인 쇼핑몰이 포함돼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10%대 수준에 그치게 된다.
올리브영은 앞서 제1·2차 전원회의에서 "H&B 스토어란 고객 유인을 위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해 다른 화장품 유통 사업자들과 구분짓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화장품 시장은 2022년 기준 2만8000여개의 브랜드 업체가 존재해 사실상 완전 경쟁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EB 정책도 "납품 및 단독 행사 강요가 극히 일부 브랜드 업체에 한정된 정책이었으며 이는 납품업체의 요구 혹은 납품업체와의 협의를 거친 것이어서 배제 효과가 미미하다"며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했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을 뿐 소비자 이익 침해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제재 수위를 놓고 본다면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셈이다.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이 현 단계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면서 제재 수위가 수천억원까지 예상했던 과징금에서 낮아졌기 때문이다.
◇곧 인사 앞둬, 칼바람 피하나…상장 계획 '파란불'
올리브영의 과징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이선정 대표를 비롯한 일부 임원들이 인사 칼바람을 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계열사별 실적과 임원 평가가 예년보다 늦어져 인사 시기도 연기됐다.
특히 올리브영은 공정위 과징금 악재로 '신상필벌'(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 원칙에 근거한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했다. 올해는 대규모 조직개편도 예상됐다.
과징금 폭탄 우려 문제가 해소되면서 향후 올리브영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리브영의 과징금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이유로 투자의견 중립을 내세우기도 했다.
CJ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097950)을 비롯해 CJ ENM(035760) 등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전체 매출 2조1091억원과 영업이익 2714억원을 모두 뛰어넘었으며 그룹 차세대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상장 준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최대 4조원에 달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중기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 육성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고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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