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캡슐형 세제…"해외에선 아이 사망까지"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캡슐형 세제가 허술한 제품 표기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해외에서는 캡슐형 세제를 삼킨 어린이가 사망한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아직 국내는 캡슐형 세제가 보편화되지 않아 위험성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은 16~23일 캡슐형 세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캠페인 주간을 맞아 소비자와 사업자에 '캡술형 세제 안전주의보'를 발령한다고 17일 밝혔다.

OECD는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안전 문제를 국제의식주간을 정해 알리고 있는데 이번주 품목을 캡슐형 세제로 정했다. 캡슐형 세제는 물에 녹는 수용성 필름에 고농축 액체 세제를 1회분씩 포장한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캡슐형 세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2012~2013년 6세 미만 어린이가 캡슐형 세제로 중독됐다는 사건이 1만700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769명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2013년에는 7개월 된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 한 시간만에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일본 또한 2014년부터 올해 1월까지 88건의 캡슐형 세제 삼킴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캡슐형 세제 삼킴 사고는 3건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내는 캡슐형 세제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해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캡슐형 세제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캡슐형 세제는 사람이 삼킬 경우 침이 포장에 닿으면서 필름재질이 녹아 심각한 부상을 일으킨다. 손에 쥐는 정도의 작은 힘에도 제품은 터질 수 있다. 터짐 사고로 안구나 피부에 손상을 입은 어린이가 있었다는 사례도 이미 OECD에 보고됐다.

캡슐형 세제를 삼킨 어린이는 구토, 호흡곤란, 의식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박준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캠슐형 세제 삼킴 사고는 일반 세탁세제 중독사고 보다 위험성이 높다"며 "만일 다량을 섭취하게 되면 의식을 잃거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캡슐형 세제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8개 제품의 유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4개 제품은 표시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게다가 5개 제품은 '삼킴 사고 시 토하게 하라'는 잘못된 응급처치 정보를 표기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캡슐형 세제를 삼킨 후 억지로 토하면 기도 흡인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유럽과 미국이 캡슐형 세제 포장에 대한 규정 및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정부는 캡슐형 세제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캡슐형 세제 사업자에 적합한 제품 표기를 권고하기로 했다. 또 캡슐형 세제에 대해 어린이보호 포장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캠슐형 세제는 반드시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사용해야 한다"며 "만일 어린이가 캡슐형 세제를 삼키면 토하게 하지 않고 즉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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