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맥주 'd' 내년에 반등할까

하이트맥주 영업이익 반토막...영업이익률 한자리수로 떨어져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하이트진로 가 지난 9월30일 출시한 '맥스 스페셜 호프 2013' © 하이트진로 제공

</figure>올해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는 매출이 3~4% 소폭 상승한 반면 하이트진로는 매출이 6% 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월드스타 싸이를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맥주브랜드 'd'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신통치 않고, 정작 마니아층이 생기고 있는 맥주브랜드 '맥스'는 찬밥대접하는 등 판매전략 실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2조34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2조원을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올 3분기까지 하이트진로의 누적매출액은 1조43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누적매출 1조5295억원보다 6.4%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매출은 1조9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6일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때 소주와 맥주 가격이 내년에 인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사재기를 하는 등 가수요가 발생했다"며 "올해는 그런 기재가 없어 매출 2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감안하더라도,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 자체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태다.

반면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매출은 전년대비 3~4% 상승할 전망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주류 매출액은 5700억원인데 올해는 5900억원으로 3% 정도 상승할 전망"이라며 "매출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 그나마 선전했다는 게 내부평가"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4%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올해 매출목표를 4% 성장으로 잡았는데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비맥주의 관심사는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설지 여부"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9.2%로 3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이트맥주 점유율 40%까지 떨어져

하이트진로 매출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맥주브랜드 '하이트'의 매출이 줄어든 만큼 'd' 매출이 증가하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오비맥주에게 맥주시장 1위 자리를 내주더니 올 4분기에는 맥주 점유율이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30%대로 내려앉았다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이트진로는 'd'를 차세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싸이를 'd' 모델로 발탁하고, 'd' 이름을 내건 대규모 파티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또 'd' 유통창구를 늘리기 위해 호프집과 주점 등에 '1+1 행사'를 진행하고, 고급술집에는 'd'를 취급해주는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지원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몸값이 최고로 뛰어올랐을 때 'd' 모델로 발탁하는 등 주식으로 따지면 상투를 잡는 무리수를 뒀다"며 "여기에 무상지원, 현금지원 등 과도한 마케팅을 벌인 탓에 하이트진로의 수익이 빠르게 나빠졌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맥주 영업이익은 2010년 1390억원에서 2011년 715억원으로 줄더니, 2012년에는 576억원까지 떨어졌다. 맥주 영업이익이 줄면서 하이트진로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2010년 11%에서 2011년 9.9%로 한 자리수가 되더니 2012년에는 8.2%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사업은 설치산업인만큼 감가삼각비 등을 고려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할 정도"라며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고 말했다. 2012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하며, 롯데주류 역시 12%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맥스' 별다른 마케팅없이 매년 7%씩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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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d'가 아닌 '맥스'에 집중했다면 이같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별다른 마케팅을 벌이지도 않은 생맥주 '맥스'의 판매량은 2007년 출시 이후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말 한정판으로 내놓은 '맥스 스페셜 호프'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하이트진로 영업팀에서는 '맥스'를 차세대 브랜드로 키워주기를 원하는데 마케팅팀에서는 'd'에 집중하는 탓에 부서간의 마찰음도 터져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맥스'를 차세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자금을 집중했다면 오비맥주가 지금처럼 승승장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오비맥주가 맥주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오비맥주가 영업을 잘한 영향보다 하이트진로의 실책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평가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d'에 올인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2010년에 영입한 마케팅팀 상무가 그해 출시한 'd'에 애정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부터 맥스는 맥아함량이 100%라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d'에 집중한다는 분석도 나돈다.

하이트진로는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d'에 집중하고 있다며 업계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d'는 일반 라거공법에 드라이공법을 적용해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1%의 단맛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맥주"라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깔끔한 맛의 맥주를 찾는 것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개발된 맥주인 만큼 장래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브랜드를 키우자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d'에 집중하고 있다"며 "오비맥주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여서 지금 잘팔리는 맥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하이트진로는 토종 자본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최근 'd' 광고모델로 지드래곤을 발탁하고 내년에도 'd'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