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깬 하우스맥주, 찻잔 속 태풍? 판도 바꿀 주역?

[맥주, 어느 것을 고를까요③] 하우스맥주, '다양함'으로 맥주시장 흔든다
주세법 개정안 따라 내년부터 외부유통 가능
전문가 "소비자 디테일한 입맛 맞출 수 있어야"

(서울=뉴스1) 박승주 인턴기자 = © News1

</figure>'하우스맥주'를 아는가.

하우스맥주는 소규모 자체 설비를 통해 저마다의 제조방법으로 만든 맥주를 말한다. 기존의 맥주들과 달리 독특한 향과 맛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 등지의 브루펍(자신이 직접 제조한 맥주를 파는 집)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하우스맥주는 외부유통을 금지한 현행 주세법 때문에 판매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야만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퇴근 후 집에서, 친구들과 동네에서 내 입맛에 맞는 하우스맥주를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하우스맥주의 외부유통을 골자로 한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덕분이다. 정부 또한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만들면서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도 하우스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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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민주당 의원. © News1

</figure>◇ 홍종학 의원, "맥주 시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16인 가운데 한 명이다. 개정안은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 금지를 풀고,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맥주에 대해서는 세율을 30%까지 인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홍 의원은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로 "현 맥주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점' 구조로 2개의 회사가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 상태로는 맥주산업 자체의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세법 발의와 동시에 벌써 시장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간 라거맥주(우리나라 대부분의 맥주로 톡쏘는 맛이 특징인 맥주) 일변도인 맥주시장에 하이트진로가 에일맥주(진하고 씁쓸한 맛이 특징인 맥주)인 '퀸즈에일'을 출시했고 중소맥주사들도 예전보다 활발한 판촉을 펼치고 있다"며 "이 모두가 하우스맥주의 시장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홍 의원은 "법률안의 취지가 좋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맥주에 대한 열망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연내 법률 통과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개정안 통과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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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펍 '더 부스'를 운영 중인 다니엘 튜더. © News1

</figure>◇ '대동강 맥주 발언' 다니엘 튜더 "하우스맥주, 성공 자신"

'대동강 맥주' 발언으로 유명한 하우스맥주업계의 프로도, 다니엘 튜더를 그가 운영하는 브루펍 '더 부스'에서 만났다.

그는 과거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근무했고, 지난 2012년 11월 우리나라의 맥주 독과점 시장에 관한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에서 그는 진심과 위트를 섞은 표현으로 "한국의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고 평했고 이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니엘 튜더는 자신의 가게인 '더 부스'에서만 취급하는 하우스맥주가 3종류 있다며, 기자에게 하나씩 마셔보기를 권했다. 인터뷰 직전 가볍게 마신 '빌스 페일 에일'은 홉맥주로 처음에 입에 머금으면 맛이 혀끝에 살짝 머물렀다가 입으로 서서히 퍼진다. 입안의 잔향도 오래가며, 약간 씁쓸한 맛에 통나무 향과 시트러스(감귤류) 계열의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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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다니엘 튜더는 하우스맥주 업계 종사자로서 주세법 개정안을 매우 반겼다. 주세법 얘기에 손을 위로 번쩍 치켜들며 "홍종학은 우리의 영웅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는 "예전 주세법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까지 지방에 양조장을 지을 수 없었다. 일본과 영국만 해도 지방에 양조장들이 많고 다양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니엘 튜더는 "핵심은 다양성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맥주가 다른데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우리의 맥주를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빙긋 웃는 그의 얼굴에서 하우스맥주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내온 밀맥주 '바이젠'을 처음 마셨을 때는 쌀밥과 유사한 맛이 느껴져 당황했다. 하지만 계속 맛을 음미하니 점점 부드러운 맛과 함께 바나나 향이 감도는 것이 느껴졌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맛이다.

다니엘 튜더는 마지막으로 "주세법 개정안으로 하우스맥주 시장이 확대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맥주 시장에서 하우스맥주가 얼른 자리를 잡아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의 한국 생활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귀리 맥주인 '오트밀 스타우트'를 마셨다. 스타우트(흑맥주) 계열의 맥주 역시 호불호가 갈리지만 깊고 그윽한 풍미가 기자의 입맛엔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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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하우스맥주, 가능성은 충분하나 갈 길이 멀구나

주세법 개정안에 따라 하우스맥주의 가능성이 열렸지만 그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홍 의원도 "하우스맥주가 보다 많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중의 맥주 바로 알기를 위해 '비어토크'를 진행하고 있는 이장우 박사는 "하우스맥주가 위생 문제에서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 하우스맥주의 외부유통이 허용된다면 지금보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외부유통이 허용돼도 당장 큰 시장을 목표로 하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 우선은 소비자들의 디테일한 입맛을 맞출 수 있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카브루, 세븐브로이와 같은 중소맥주사들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븐브로이 역시 "하우스맥주들은 선의의 경쟁자인 동시에 같이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고 밝혔다.

물맛도 저마다 달라서 생수 수십 종을 갖춰놓고 손님의 입맛에 맞는 물을 판매하는 워터바, 워터카페가 생겼다. 하물며 내 입에 맞는 나만의 맥주를 마시지 말란 법 있나. 그러려면 조속한 주세법 개정안의 통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맥주업계의 협력 등이 중요해 보인다.

맥주도 내 입맛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evebel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