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더" 지갑 연 MBK·영풍…방어 나선 고려아연 '숨통' 조인다

MBK·영풍, 공개매수가 66만원→75만원 상향…투입금액 최대 2.4조
고려아연도 4000억원 CP 발행 등 대비…MBK '승자의 저주' 부담도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부터)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이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부담이 높아졌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13.6% 높인다고 이날 공시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는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 가격도 기존 2만 원에서 2만 5000원으로 25% 인상했다.

영풍그룹은 70년 넘게 장 씨(영풍)와 최 씨(고려아연)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했지만 2022년 고려아연 3세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영풍 2세인 장형진 고문(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과 고려아연 경영전략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장 고문을 비롯한 영풍 측은 지난 12일 MBK파트너스에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절반+1주를 넘기기로 했다고 밝히고, 13일엔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 7~14.6%에 대한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됐다.

MBK의 이번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전날 종가 70만 4000원까지 높아진 주가에 맞춰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영풍정밀 주가는 약 1만 원에서 2만 2750원으로 폭등했다.

한편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높여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 자금부담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확보해야 할 자금을 최소 1조 원대로 추산해 왔는데 이번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필요 금액도 높아질 전망이다.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최대 물량 확보 기준 3000억 원이다. 영풍이 전날 MBK 측에 3000억 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한 것은 이를 감안한 자금지원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외 협력업체들과 접촉하며 우군 확보에 주력해 온 최 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영풍·MBK의 공개매수 발표 직후 일본 출장에 나서는 한편 추석 연휴 기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도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4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대응 방안으로는 '대항 공개매수' 등이 거론되지만 고려아연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미리 공개해 MBK·영풍 측이 맞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 당시 "최 회장이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 본다"고 밝힌 만큼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설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론 MBK 역시 투입하는 자금이 많아져 엑시트(투자금 회수) 난도가 상승한 만큼 '승자의 저주'에 우려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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