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美 날아가 빅테크 직접 챙긴 이재용…"삼성 강점 살려야"
2주간 美 출장 마쳐…메타·아마존·퀄컴 만나 파운드리·메모리 협력 논의
삼성 턴키 강점 강조한 듯…'3나노 GAA' 시사 AMD 회동 가능성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반도체의 모든 제조 공정을 갖춘 삼성만의 차별점을 살려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만남에 주력한 만큼 삼성의 강점인 '턴키(일괄수주) 솔루션'이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 수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2주간의 출장 기간 메타·아마존·퀄컴 등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다.
메타와 아마존 퀄컴은 모두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 기업인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고 있다.
메타는 지난 4월 차세대 AI 칩인 '아르테미스'(Artemis)'를 공개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는 '트레이니움'을, 퀄컴은 디바이스용 AI 칩인 '스냅드래곤 X 플러스'를 출시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AI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빅테크와의 기존 협력 분야를 AI 반도체로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 회장이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부회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A(미국법인) 부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 반도체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도 반도체 업계의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로 꼽힌다.
아마존이 향후 15년간 AI 데이터센터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이 자리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차세대 메모리 공급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와의 만남에서도 차세대 메모리는 물론 파운드리 수주 관련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4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2011년 처음 만난 후 지금까지 8번의 미팅을 가질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쌓아왔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가 방한했을 당시 이 회장이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대했으며, 이번에는 저커버그 CEO가 자택으로 이 회장을 초청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메타와의 협력을 AI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커버그 CEO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파운드리에서) TSMC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발언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이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 글로벌 팹리스인 AMD와도 만나 파운드리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MD는 최근 리사 수 CEO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통한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하면서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3나노 GAA 공정을 양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의 만남도 성사됐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 당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였지만 수율·발열 등 성능 문제로 TSMC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장이 아몬 CEO와 회동에서 AI 반도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만큼 퀄컴이 다시 파운드리 고객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스마트폰·TV 등 세트와 반도체 등 부품 부문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이 회장이 다져놓은 빅테크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사업화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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