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담대한 투자' 이재용이 찾은 삼성SDI, 올해 설비투자 늘린다

삼성SDI 지난해 설비투자 4조 추정…올해 1.5배 이상 확대할 듯
전기차 침체기에 투자 늘려…이재용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삼성전자가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4.2.12/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SDI(006400)가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할 때 오히려 투자를 늘려 시장 선점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1~3분기 설비투자에 2조4397억원(배터리 2조3967억원, 전자재료 430억원)을 투입했는데 미국 공장 건설과 헝가리 공장 증설 등이 본격화하면서 연간 설비투자 금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2조6288억원) 대비 52%가량 늘어난 셈이다.

연구개발 비용까지 합치면 지난해 투자 규모는 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까지 2022년 연구개발 비용(1조764억원)의 78% 수준인 8364억원을 집행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SDI가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5배 이상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미 공장 신설이 본격화하면서 상당한 자금 투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1조6313억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부터는 스텔란티스 2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 건설도 시작된다.

스텔란티스 2공장의 삼성SDI 투자 규모는 2조6556억원이며 GM 합작공장에도 양사가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입한다.

여기에 진행 중인 헝가리·말레이시아 등 해외 공장 증설 자금까지 더하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성장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신규 거점 캐파(CAPA, 생산능력) 증설을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신규 가동한 헝가리 라인을 포함해 높은 가동률을 유지, 기존 라인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모형.

그간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북미 생산공장 건설도 가장 늦게 시작했다.

경쟁업체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때 신·증설 대신 자사의 각형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로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같은 전략으로 삼성SDI는 지난해 7.2%의 영업이익률(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익 1조633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시장 상황은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삼성SDI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에서 15조원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005930)가 오히려 투자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린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 투입한 설비투자 비용은 33조4408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일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 일정으로 삼성SDI 말레이시아 사업장을 찾아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조직개편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인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꾸리고 차세대 기술 선점도 노리고 있다. 올 초 ASB 추진팀에서 일할 인력도 대거 채용했다. 삼성SDI는 내년까지 전고체 대형 셀을 개발한 뒤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