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엑스포에 바빴던 회장님들…반도체는 드디어 바닥[산업결산㊤]

이재용 '부당합병 의혹'·최태원 '이혼소송'·구광모 '재산분할소송' 진행
반도체, AI 열풍에 반등 시작…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새출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3년은 글로벌 경제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금리와 미·중 패권 갈등이 지속되고, 전쟁과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최악의 실적을 냈고, 다른 업종도 녹록지 않은 환경이 지속됐다. 그나마 자동차와 조선업이 성장을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불발로 끝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속에서도 재판에 신경쓰느라 이중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과거 '재계 맏형'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새출발했다.

◇"회장님은 재판 중"…송사 이어진 이재용·최태원·구광모

재계 총수들은 올해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끝내 실패했지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수차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와중에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은 송사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매주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지난 11월 검찰은 이 회장에 징역 5년을 구형했으며, 내년 1월 26일 1심 재판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아 사방팔방 뛰어다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이다. 1심에서 법원은 이혼 책임을 물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노 관장이 재산분할에 항소하면서 지난달 항소심이 시작됐다.

29년 만에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구광모 회장도 소송에 휘말렸다. '인화의 LG'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고 소송을 냈다.

2018년 5월 작고한 구본부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구 회장은 지분 11.28% 중 지분 8.76%를 물려받았고, 세 모녀는 나머지 주식과 재산 등을 합쳐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LG는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 아래 이행됐다"는 입장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반도체, 긴 겨울 끝났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은?"

그동안 한국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최악의 해를 보냈다. 과잉공급과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이고,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3분기까지 적자는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3분기까지 8조763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나마 제조사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없어서 못 팔 상황이 됐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에는 본격적인 이익 회복에 돌입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내년 이익 규모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20년 동안 300조원을 투자해 용인 클러스터에 팹을 짓기로 했다. 부족한 생산시설을 늘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추격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경협 출범 기념 표지석 제막식을 마친 후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9.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노란봉투법 거부에 한숨 돌린 재계…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새출발'

재계는 올해 한숨을 크게 돌렸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이라고 불렸던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폐기됐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하청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되면서 재계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구해 왔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시행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유예기간을 2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 반발이 만만찮다.

한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패싱 당한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새출발했다. 이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맞춰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탈퇴했던 4대 그룹이 복귀하면서 과거 '재계 맏형'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워크아웃 들어간 기업 회생하는 기분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