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저도 언젠가 뒷물결에 밀려간다…최창원 역량 충분"

대한상의 송년 기자간담회
"최창원 수펙스 의장 선임, 혈연관계 부각은 온당하지 않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언젠가는 저도 앞 물결이 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2023년 대한상의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강의 앞 물결은 뒷물결에 항상 밀려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 일은 단지 그것이 언제 일어나느냐일 뿐"이라며 "항상 인사를 계속해 가야 다른 사람들에 기회가 계속 열린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블룸버그 인터뷰 때도 "본인이 어떤 사고를 당하면 누가 SK그룹을 이끌게 될 것이냐"고 물으며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만의 계획이 있다"며 "후계구도에 대해 정말 생각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그룹의 세대교체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2년 SK상사에 부장으로 입사한 최태원 회장은 1998년 8월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에 SK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경영권 분쟁이 우려됐지만,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우리 형제 가운데 태원이가 가장 뛰어나다"며 최태원 회장을 후계자로 추천했고 만장일치로 경영권을 승계하게 됐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일부에서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사촌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SK는 그룹 2인자 자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최창원 부회장을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1994년 그룹 경영기획실로 입사해 기획과 재무·신규 사업 발굴 등을 맡으며 지금까지 약 30년간 그룹에 몸담아 왔다. 진중한 성격으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SK그룹과 지분관계를 정리하고, 독자경영의 길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돼 그룹 2인자로 등판한 건 SK그룹이 사촌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수펙스 의장에 대한 것은 제가 혼자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보다 각 회사에서 추대 형식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서) 혈연관계만 쳐다보고 '이게 그런 거야?'라고 해석을 하니까 힘든데, 그 사람의 프로페셔널 커리어와 이야기를 봤을 때, 나이나 위치로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너무 많은 해석을 집어넣는 것은 제가 볼 때는 별로 온당한 것 같지는 않다"며 "앞으로 잘하나 못 하나를 보면 될 일"이라고 최 부회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대한상의 회장 연임에 대해서도 "'내가 연임하겠소'라고 혼자서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다른 분들의 의견이나, 저 자신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편 최 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 참석에 대해서는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환경과 AI가 어젠다라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