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사장 10명 세웠다…최태원, 7년만에 꺼낸 세대교체

'2인자' 수펙스 의장에 사촌동생 최창원…SK㈜·이노·실트론·에너지도 수장 교체
'60대' 조대식·장동현·김준·박정호 부회장, 2선 물러나…최태원 장녀 윤정씨 임원 승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23.6.16/뉴스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대대적 '세대교체'에 나섰다. 부회장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40대·50대 차세대 리더를 내세워 그룹을 이끌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그룹 2인자' 자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는 최창원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다만 기존 부회장단을 그대로 유지해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구 조화'에 무게를 뒀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몸집도 줄였다. 신규 임원 선임 규모는 82명으로 지난해(145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SK그룹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 50대 최창원 부회장, 그룹 2인자로…젊은 리더들 전면에

이번 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새 의장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59세다.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측근으로 최창원 부회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지난 1994년 그룹 경영기획실로 입사해 기획과 재무, 신규 사업 발굴 등을 맡으며 지금까지 약 30년간 그룹에 몸담아 왔다. 진중한 성격으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에게 중책을 맡긴 것은 그만큼 신뢰하고, 경영능력이 뛰어나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SK그룹의 사촌경영 체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봤다.

최창원 SK 부회장/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또 △SK㈜(034730)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000660) 사장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선임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는 장호준 SK에너지 솔루션 & 플랫폼 추진단장이, SK인천석유화학 사장에는 노상구 SK에너지 전략운영본부장이 기용됐다. SKC(011790)의 배터리 소재 동박 투자사 SK넥실리스 사장에는 류광민 사장이 SK㈜ 비서1실장에서 승진 발탁됐다.

이상 10명의 SK 관계사 신임 사장 중 7명은 50대이며,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사장(48)과 장호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49),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48)은 40대다.

CEO 세대교체를 통해 '준비된 CEO'들을 본격 등판시켰다는 평이다. 신규 선임 CEO인 김양택·김원기·오종훈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Executive Leader Program)'를 수료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새로운 경영진과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지동섭 SK온 사장을 수펙스 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수펙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조대식 SK 부회장 (SK그룹 제공) /뉴스1

◇ 부회장 4인, 2선으로 물러나…"후배에게 길 터줬다"

그동안 SK를 재계 2위로 끌어올린 주역인 60대 부회장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만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신규 대표들의 연착륙을 도울 계획이다.

조대식 의장(63)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할 예정이다.

장동현 부회장(60)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로서, 성공적 IPO 추진과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김준 부회장(62)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 회사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박정호 부회장(60)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

60대 부회장단이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2016년 이후 7년 만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 말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바 있다.

당시 조대식 SK㈜ 대표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김준·박정호·장동현 부회장도 각각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등을 맡으며 그룹 성장을 주도했다. 대신 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자리에서 물러나 지원 역할을 했다.

SK그룹은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신규 선임 임원을 82명으로 축소했다. 2022년(165명)과 2023년(145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인 수치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8.5세로, 지난해(49세) 인사보다 0.5세 어려졌다. 신규 임원 중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34)으로 1989년생이다. 여성 임원은 8명이 신규 선임됐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