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미국 주식 사죠"…신차 구매 20대 비율 '역대 최저'

1~10월 국토부 신차등록 중 20대 이하 5.3%…2010년 12.1%서 반토막
"지하철 깔린 서울, 차량공유로 충분"…'대중교통 열악' 지방과 온도차

지난 8월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매물을 구경하고 있다.(자료사진). 2024.8.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20대 이하 국민의 신차 등록 점유율이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를 또 한 번 경신할 전망이다. 차를 더 이상 필수품으로 여기지 않는 데다 차량 수요자마저 갈수록 비싸지는 신차 가격에 중고차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올해 1~10월 20대와 10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는 6만 3588대로 전체 승용 신차 등록 대수(117만 9796대)의 5.3%에 그쳤다.

이는 국토부가 연령별 신차 등록을 분류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09년 11.1%에서 이듬해 12.1%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2020년 7.1%였던 점유율은 3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5.9%까지 떨어졌다.

11월과 12월이 남긴 했지만, 전년 대비 하락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올해에도 20대의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30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4년 21.0%였던 3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은 올해 1~10월에는 14.1%까지 떨어졌다. 반면 60대는 같은 기간 6.1%에서 11.6%까지 점유율을 늘려 10년 새 신차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다.

20~30대의 신차 구매가 줄어든 배경에는 차를 더 이상 필수품으로 여기지 않는 문화가 있다. 회사원 임모 씨(26)는 "2020년 면허를 취득해 바로 운전을 시작했지만, 지하철이 깔린 서울에 살면서 굳이 차를 살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한 달에 한 번 수도권 교외로 나들이를 갈 때면 차량공유 앱을 이용해 차를 빌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지속해서 상승한 신차 가격은 신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회초년생이 많이 찾는 현대차 아반떼는 5년 전만 해도 1300만 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었지만, 물가 상승에 각종 편의 사양이 추가되면서 지금은 기본 트림조차 20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지난 7월 국산 소형 SUV를 중고로 구매한 회사원 이 모 씨(26)는 "현금 1200만 원에 대출 없이 신차를 구매하려다 보니 살 수 있는 차가 경차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승용 중고차 실거래 대수에서 20대와 30대는 각각 8.8%, 20.6%를 차지해 신차 등록 대비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목돈이 있어도 감가가 심한 신차 대신 부모 차를 물려받고 적금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실속형' 20~30대도 있다. 회사원 강 모 씨(31)는 "서울 시내를 오가는 출퇴근용 차를 알아보다가 그냥 어머니가 쓰던 차를 4년 전 물려받았다"며 "신차는 미국 주식에 투자한 돈이 수익으로 실현되면 장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방에 거주할 경우 20대도 차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북에 거주하는 공무원 서 모 씨(28)는 "직장까지 출퇴근하려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15분 이상이고 노선도 많이 돌아간다"며 "3년 전 공무원 임용과 동시에 중고 아반떼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KAM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시도별 신차 등록 비율은 서울이 10.7%, 경기가 23.1%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33.8%에 불과했다. 전국 인구의 50.7%(지난해 12월 통계청 집계 기준)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수치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