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시장 장벽 높아진다… 韓 자동차 전략 수정 불가피[트럼프 당선]
관세 인상 전망에 월 최대 4000억원 부담 추가 발생 전망
美 전기차 시장 후퇴 전망…"현지 생산·HEV 확대 등 대응"
- 박기범 기자,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김성식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부과 등으로 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지 생산 확대와 하이브리드(HEV) 생산 등 유연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 10~20%를,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공약으로 내놨다. 여기는 자동차 수출도 포함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723만대를 생산, 이 중 165만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미국 판매량 중 절반 이상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10~20%를 부과할 경우 현대는 월 2000억~4000억 원, 기아는 월 1000억~2000억 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중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 투자를 계획하면서 기아의 멕시코 공장도 관세 인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한국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공약했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등으로 관세 인상이 5%대로 후퇴한 바 있어 실제 관세 적용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로 관세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 내 공장을 많이 설립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체 입장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관세 상승 부분에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관세 인상에서 우리 기업의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재협상 과정에서 FTA 효과가 줄 수도 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균형을 찾겠다는 게 트럼프 공약의 골자"라며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FTA와 같은 기존 무역 협정에 대해서도 재협상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산업의 피해도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에 대한 지원 폐지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공약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IRA 폐지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기아는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만약 IRA가 폐지된다면 거액을 투자하고도 투자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공화당 내 IRA 폐지 반대 목소리는 변수로 꼽힌다.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는 "공화당 정부가 있는 주에서도 IRA 투자가 이루어진 곳이 상당히 많다"며 "상·하원에서 무조건 전기차는 안된다고 밀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에 대한 지원 폐지를 강조한 만큼 전기차 시장의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혼류 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HMGMA는 하이브리드 차량 혼류 생산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전기차 전환이 늦어질 경우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테슬라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에 시장 리더십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호무역주의, 관세 인상, 중국에 대한 견제 등 트럼프의 주요 공약은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환율이 높아질 경우 자동차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해외 생산이 늘어난 데다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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