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2배를 성과급으로" 길막은 민폐 집회…"이게 합법이냐"는 시민들

현대트랜시스 노조, 현대차·기아 양재본사 앞 4개차선 중 3개차선서 대규모 시위
협상 무관한 정의선 자택 이어 그룹 사옥 찾아…"시민 피해 고려애 규제 강화해야"

지난 28일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명이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가로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도로에는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가 설치됐으며, 노조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과 대형 깃발이 등장했다. (독자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파업 중인 현대트랜시스(039090) 노동조합이 노사 협상의 당사자가 아닌 현대차·기아 사옥이나 일반 주택가 등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주거지역 주민들이나 도심을 통행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합법적 행위라고는 해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수 시민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은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005380)·기아(000270) 사옥 앞에서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유한 채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도로에는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가 설치됐으며, 노조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과 대형 깃발이 등장했다.

양재 사옥은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나들목 초입에 위치하고 대형마트까지 맞닿아 있어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다.

이날 시위로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승객들은 교통 체증에 고통을 받은 것은 물론 극심한 소음과 과격한 노랫소리, 모욕적이고 민망한 내용의 현수막 내용에 정서적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접수한 시위대로 인해 시민들은 정류장을 크게 벗어난 장소에서 승하차를 해야 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태"라거나 "도로를 막고 진행하는 시위를 허용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요구사항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연 매출의 2%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일 부분파업을 시작,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2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출 2%는 지난해 회사가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약 117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적자여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측은 검토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시스 파업으로 현대차 등 완성차공장이 자동변속기 등의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 속도를 늦추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납품 차질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20여 명은 주말이던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면서 이웃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법조계 전문가는 "막무가내식 집회·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부각되는 추세"라며 "차량 교통과 보행자 이동 방해, 규제치를 넘어선 소음,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지난 26일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