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꺼낸 이상엽 부사장 "디자인은 서사…고객 삶 이해해야"

현대차·제네시스 디자인 총괄…대구 미래모빌리티엑스포 기조강연
"모두가 기술 발전 공유하는 게 현대차그룹의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

이상엽 현대차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모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대구=뉴스1) 금준혁 기자 =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면 일하기 힘듭니다."

이상엽 현대자동차(005380)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23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에서 '고객 중심 디자인'을 주제로 진행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N 비전 74'를 비롯해 아이오닉6, 2세대 코나 등을 디자인했다. N 비전 74는 현대차가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 시절이던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콘셉트카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지난해 세계 3대 자동차상 중 하나인 월드카 어워즈(WCA)로부터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을 수상했지만, 이 부사장이 대표작인 N 비전 74보다 먼저 소개한 일화는 현대차 1톤 트럭 '포터'다.

이 부사장은 "요즘 목적기반차량(PBV)이 트렌디하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는 미래형 차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PBV가 사실 40년간 있었다"며 "바로 소상공인을 위한 포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엔지니어링팀, 디자인팀과 직접 포터가 쓰이는 곳에서 일하고 배우며 인사이트를 받았고 저도 택배, 이삿짐센터, 과일까지 직접 가서 날랐다"며 "포터의 디자인이야말로 디테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일반 운전자가 차에서 하루 2시간 정도를 보내는 것과 달리 포터는 운전자가 적게는 8시간에서 18시간까지 보내는 삶의 공간이라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인체공학적으로는 차량의 문손잡이가 수평으로 장착돼야 하지만, 포터 운전자들은 수십년간 수직 손잡이를 썼기 때문에 수직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디자인에 좋은 인체공학이 아니라 고객 습관, 버릇까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상공인의 삶을 모빌리티를 통해서 도와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고객 중심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N 비전 74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DNA 코드는 도전과 열정"이라며 "선배들의 훌륭한 노력을 후배가 이어나갔다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현대차의 디자인 전략을 두고는 "가고자 하는 전략은 '현대룩'"이라며 "킹, 퀸, 비숍, 나이트가 각자 역할이 굉장히 다르지만 말들이 모여있을 때 하나의 팀이 되는 체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사용성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제품을 기획하고 전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서사"라며 "모두를 아우를 수 있고 모두가 기술 발전을 공유할 수 있는 게 현대차 그룹의 비전인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